[공연 리뷰]게을러서 버림받은 개의 슬픈 하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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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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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뮤지컬 ‘도도’
대본 ★★★★ 연출 ★★★☆ 노래 ★★★☆ 춤 ★★★★

극단 학전의 창작 뮤지컬 ‘도도’. 버림받은 유기견들의 모습을 따스한 시선으로 그려냈다. 사진 제공 학전
극단 학전의 창작 뮤지컬 ‘도도’. 버림받은 유기견들의 모습을 따스한 시선으로 그려냈다. 사진 제공 학전
개는 사람을 잘 따르는 동물이다. 주인을 보면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며 애정 공세를 펼친다. 하지만 개의 본심은 뭘까. 주인공 개인 ‘도도’는 집주인이 산책을 가자고 하자 이렇게 거드름을 피운다. “아이∼ 참, 내가 아니면 아무것도 못한다니까. 그래 내가 한번 나가줄게.” 명백한 상황 역전이다.

유기견들의 얘기를 다룬 뮤지컬 ‘도도’(연출 김민기)는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개들의 생각을 무대 위로 끌어냈다. 사람들은 개들의 말귀를 못 알아듣지만 개들은 사람들의 대화를 이해한다는 설정이다. 극단 학전의 창작 뮤지컬로 지난달 25일 초연 개막했다.

이름처럼 도도했던 ‘도도’는 과식에 게으름이 더해져 뚱보가 되자 집주인에게 버림받는다. 그가 만난 유기견들의 생활은 처참하다. 쓰레기통의 썩은 음식을 기웃거리고, 밤이면 버려진 창고에서 쪽잠을 청한다. 유기견 ‘뭉치’는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다고, 너무 많이 먹는다”고 타박하던 주인에게 버림받았고, ‘누렁이’는 “태어날 때부터 잡종이고 못생기고, 개장수도 (나 같은) 작은 것은 신경 안 써”라고 한탄한다. 객석에선 웃음도 나왔지만 마음 한구석은 짠하다. 자아를 찾은 ‘도도’의 외침은 묵직하게 다가온다. “처음부터 아무도 누굴 가질 수는 없었던 거야. 누굴 버릴 수도 없는 거야.”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의 김민기 대표, 연극 ‘하얀앵두’의 배삼식이 극본과 가사를 맡고 그룹 ‘낯선 사람들’의 고찬용이 작곡한 노래는 슬프고도 따뜻하다. ‘도도’가 홀로 별을 보며 “나는 처음으로 알았네, 내가 울고 있다는 걸∼” 하고 읊조릴 때는 가슴이 뭉클해진다. 하지만 “달려∼ 도도”라며 합창한 마무리 곡은 깊은 여운을 남기기에 부족했다.

개뿐만 아니라 고양이, 염소, 닭 등 동물로 분장한 배우들의 의상과 움직임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높이 2m가 넘는 철제 구조물을 타넘고 다닐 때는 조마조마했고, 일부 배우는 잠시 균형을 잃기도 했다. 안전사고가 염려됐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i: 2만∼3만 원. 10월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학전블루소극장. 02-763-8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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