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 45억원 ‘빨래터’ 넘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18일 03시 00분


이중섭 작품, 내달 서울옥션 경매… 시작가 35억원

1972년 전시 이후 첫 공개
소의 역동적 모습 그린 수작

미술시장 박수근 아성 깨고
국내 최고가 경신할지 관심


6월 서울옥션 경매에서 국내 미술품 경매 최고가에 도전하는 이중섭의 유화 ‘황소’. 이중섭 특유의 힘찬 선이 돋보이는 수작이다. 1953년경 경남 통영에서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 35.3×51.3cm. 사진 제공 서울옥션
6월 서울옥션 경매에서 국내 미술품 경매 최고가에 도전하는 이중섭의 유화 ‘황소’. 이중섭 특유의 힘찬 선이 돋보이는 수작이다. 1953년경 경남 통영에서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 35.3×51.3cm. 사진 제공 서울옥션
이중섭의 유화 ‘황소’가 6월 국내 미술품 경매 최고가 신기록에 도전한다. 그동안의 국내 미술품 경매 최고가는 2007년 5월 작성된 서울옥션 경매에서 박수근 유화 ‘빨래터’의 45억2000만 원.

서울옥션은 17일 “개인 소장가로부터 이중섭의 ‘황소’ 작품을 의뢰받아 6월 말 메이저 경매에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히고 작품을 공개했다. 이중섭의 소 그림이 미술품 경매에 나오는 것은 처음이다. ‘황소’의 경매 시작가는 35억 원.

‘황소’는 1972년 서울 현대화랑(지금의 갤러리현대)에서 전시된 뒤 지금까지 한 번도 공개되지 않은 작품. 가로 51.3cm, 세로 35.3cm. 소 한 마리가 얼굴을 돌린 채 앞으로 내딛는 모습을 우직하면서도 역동적으로 표현했다. 소의 동세(動勢)가 좋고 이중섭 특유의 꿈틀거리는 선이 돋보이는 수작이다. 전체적으로 보존 상태도 좋아 지금까지 확인된 이중섭의 소 그림 12점 가운데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당시 전시도록인 ‘이중섭 작품집’과 기타 이중섭 도록에 사진이 수록돼 있다.

‘황소’는 작품의 수준도 높은 데다 소 그림으로는 처음 경매에 나오는 것이어서 경매 최고가 기록에 대한 기대가 크다. 이에 앞서 올 3월 조선시대 19세기 화집 ‘와유첩’이 고미술 경매 최고가 신기록(17억1000만 원, 기존 16억2000만 원)을 세운 점도 기록 수립에 대한 기대를 높여주고 있다. 이학준 서울옥션 대표는 “최근 해외 미술 경매시장에서도 최고가 신기록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는 좋은 작품에 대한 수요와 갈망이 여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동안 미술 경매에서 번번이 박수근에 밀려 2위권에 머물렀던 이중섭이 박수근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인지도 이번 경매의 관심 사항. 국내 양대 경매회사인 서울옥션과 K옥션의 최근 10년간(1998년 12월∼2008년 12월) 평균 경매가를 보면, 박수근 작품은 3억4600만 원이었고 이중섭 작품은 2억4600만 원이었다. 이중섭 작품의 경매 최고가는 2008년 ‘새와 애들’의 15억 원.

그러나 작가 자체의 브랜드 파워에서는 이중섭이 박수근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이 대표 역시 “1980년 미술시장에서 박수근의 ‘농악’이 1000만 원 할 때 이중섭의 소가 3800만 원이었다”고 전하며 이중섭의 역전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황소’의 소장자는 서울에서 부동산 관련업을 하는 박태헌 씨(87)다. 서울옥션은 “박 씨가 1955년 서울 미도파화랑에서 이중섭 개인전이 열렸을 때 수집해 줄곧 소장해 왔다”고 전했다.

1972년 현대화랑 도록에 ‘작가가 통영에서 맨 먼저 그린 소’라는 설명이 있어 이중섭이 경남 통영에 머물렀던 1953년경 제작한 것으로 보인다. 작품 뒷면엔 1972년 전시 때 붙여 놓았던 작품카드(제목 작가 소장자 전시기간을 기록)가 그대로 남아 있다. 2005년 경매에 내놓았던 이중섭 작품 네 점이 가짜로 판명됨에 따라 신뢰도에 상처를 입었던 서울옥션은 “이번 이중섭 ‘황소’는 소장 경로도 명확하고 작품카드까지 그대로 붙어 있어 진위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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