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3회 국수전… 십자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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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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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호 9단 ● 홍승표 4단
결승 5번기 3국 4보(68∼87) 덤 6집 반 각 3시간

백 68로 가볍게 뛴다. 삭감이 아니라 좌하 흑에 대한 공격이다. 좌하 흑을 쫓다보면 하변 흑을 자연스럽게 품에 안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홍기표 4단은 흑 ○를 둘 때 이미 각오하고 있었지만 백 68과 같이 정확한 백의 행마에 갑갑함을 느낀다. 그는 오늘이 긴 하루가 될 것을 예감한다. 1, 2국 모두 초반은 유리하게 이끌었다. 1국은 역전패 당했지만 2국은 완승을 거뒀다. 이번 3국에선 초반부터 밀리고 있다. 과연 이창호 9단을 상대로 역전이 가능할까. 마음 한구석에서 의구심이 피어오른다. 그는 불길한 느낌을 지우기 위해 고개를 좌우로 돌려본다. 그래도 아직은 갈 길이 멀지 않은가.

흑 75까진 당연한 수순. 좌하가 탈출한 것 같지만 아직은 아니다. 백 76부터 이어지는 십자포화 공격이 상황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모른다.

백은 강경 수단을 이어간다. 백 78, 80으로 흑의 탈출로를 막아버리려고 한다. 이 공격을 통해 얻을 것만 있고 잃을 우려는 없기 때문이다.

흑 85가 기로. 실전처럼 뻗느냐, 아니면 끊기는 곳을 지키느냐. 하지만 선택의 여지는 사실상 없다. 실전처럼 두지 않으면 하변 흑이 살아도 진다.

이 9단은 별로 뜸을 들이지 않고 백 86으로 끊는다. 이 9단의 기풍이 변했음을 실감할 수 있다. 홍 4단은 고심 끝에 흑 87로 응수했는데 이건 참고도가 더 좋았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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