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환자들의 푸념만 135분 “보는 당신도 후련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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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9일 03시 00분


참 이상한 다큐멘터리다. 내레이션이나 배경음악은커녕 안내 자막도 없다. 135분 동안 그저 정신과 환자들의 넋두리를 있는 그대로 담고 그들의 일상을 관찰할 뿐이다. 관객의 반응은 아마 셋 중 하나일 것이다. 상영 중간에 극장 밖으로 나가거나, 작심하고 졸거나, 마치 자신이 정신과 치료를 받은 듯 뭔가 치유되는 느낌이 들거나. 8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멘탈’(15세 이상)은 일본의 지방도시 오카야마(岡山)의 코럴 오카야마 정신건강 상담소에서 치료받는 환자들을 유심히 관찰했다. 이곳은 하얀 페인트를 칠한 삭막한 정신병동이 아니라 마당이 있는 평범한 가정집처럼 생겼다.

첫 장면은 눈이 퉁퉁 부은 여자가 이 병원의 야마모토 박사에게 상담 받으러 오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여자는 “친구한테 절교를 당해서 어제 약 먹고 죽으려 했다”며 질질 짠다. 박사는 담담한 표정으로 그의 말을 공책에 받아 적는다.

환자들은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상처를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애 키우는 게 너무 힘들었는데 남편은 도와주질 않았어요. 생후 1개월이던 아기가 울기에 입을 막았는데 식물인간이 됐다가 죽고 말았어요.”

“생활고에 시달렸는데 애들을 굶길 순 없었어요. 그래서 밤마다 몸을 팔았어요.”

이 병원은 환자들을 격리시키는 폐쇄적 병원이 아니라 이들이 외로움을 딛고 남들과 소통하도록 이끄는 곳이다. 야마모토 박사는 우유배급소와 식당을 설립해 환자들이 여기서 일하며 사회에 적응하도록 돕는다. 자원봉사자들은 환자들의 집을 방문해 걸레로 마루를 닦는 일이 얼마나 즐거운지 알려주고, 막힌 하수구를 환자가 직접 젓가락으로 쑤시게 돕고, 요리도 가르친다. 환자들이 사소해 보이는 일들에서 삶의 의미와 의욕을 찾는 모습은 관객에게도 위안을 준다.

이런 걸 왜 찍느냐는 환자의 질문에 소다 가즈히로 감독은 “세상이 정신질환자들에게 보이지 않는 막을 치는 것 같다”고 영화 제작 이유를 말했다. ‘멘탈’은 2008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다큐멘터리에 주는 메세나상을 수상했고 2008년 두바이 국제영화제, 2009년 홍콩 국제영화제 등에서 상을 받았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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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멘탈’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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