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서울대교구가 추진하는 명동성당 일대 재개발 공사 조감도. 재개발 계획에 따르면 명동성당 본당의 북서쪽(점선 안)에 지상13층, 9층 빌딩 두 동과 지하 4층 규모의 임대시설, 주차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그림 제공 천주교서울대교구
천주교 서울대교구의 서울 중구 명동성당(사적 258호) 일대 재개발 추진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대교구는 최근 명동성당 서북쪽 외곽 주차장에 교구청 건물 등으로 사용할 지상 9층, 13층짜리 빌딩 두 동과 지하 4층 규모의 임대시설, 주차장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놓고 “사적으로 지정된 명동성당 주변의 경관을 훼손하고 본당 건물의 안전에 위험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 “본당 건물 안전 위협” 견해도
서울대교구는 올해 초 이 같은 내용의 ‘명동성당 권역의 현상변경 신청’을 문화재청에 제출했다. 이를 심의한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는 이달 초 보류 결정을 내렸다. 보류 이유는 △공사 전 명동성당 지하 암반을 정밀조사하고 공사 시 지하암반에 영향이 없도록 구조적 안전을 필히 조사해야 하며 △문화재 경관을 확보할 수 있도록 신축 예정인 교구청 신관 건물 높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권기혁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는 “명동성당은 암반 위에 기초를 얹은 형태의 구조물”이라며 “지반을 건드리면 100% 안전을 보장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무진동 공법으로 건축을 한다고 해도 진동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땅에 파일을 박고 흙을 파내는 과정에서 건축물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지반 건드리면 본당 훼손 우려” 서울대교구 “무진동 공법 공사… 문제없어”
명동성당 본당. 동아일보 자료 사진 2004년 7월∼2008년 12월 본당 보수에 참여했던 한 건축가는 “본당이 튼튼해 보이지만 콘크리트 건물이 아니라 벽돌을 쌓아올린 구조”라며 “지하 4층 주차장을 만들려면 3개 층 깊이는 더 파고 파일을 박아야 하는데, 진동으로 흔들리면 아무도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대교구, 문화재청이 모두 참여해 공인 기관에서 지질조사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창모 경기대 건축대학원 교수는 경관 문제에 대해 “사적 주변 신축건물의 높이제한 기준을 벗어나지 않는다고 하지만 문화재 관련 공사에는 양적인 검토와 함께 질적 검토가 필요하다”며 “문화재적 가치를 검토하기 위해 시간이 더 필요하고 신축 건물과 주변의 조화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 “안전성 충분히 고려해 설계”
서울대교구는 협소한 공간 문제 해결과 성당 주변 정비를 위해 재개발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허영엽 신부는 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공간 문제도 중요하지만 명동성당 주변 양쪽에 있는 주차장에 차가 많이 다녀 본당 보존에 문제가 있다. 또한 성당 진입로 등을 정비하는 재개발은 1900년대 명동성당의 초기 형태에 가깝게 복원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교구는 본당 건물의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공사의 감리를 맡은 건축가인 가톨릭건축사사무소장 황원옥 수녀는 “설계 전에 지반 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문화재위원회에 제출했다”며 “지하 주차장 공사 등에 무진동 공법을 적용하면 본당의 안전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황 수녀는 주변 경관 문제에 대해서도 “이번 건축계획안은 서울시 조례에 나와 있는 높이 규정에 저촉되지 않는다”며 “주변에 이미 높은 빌딩이 많고, 이번 신축건물이 들어서면서 생기는 심리적 압박감을 없애기 위한 조치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화재청은 8일 오후 2시 명동성당에서 문화재위원회를 열고 재개발안을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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