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 53회 국수전…뒤바뀐 심정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7일 03시 00분


○ 이창호 9단 ● 주형욱 5단
준결승 2국 7보(118∼136) 덤 6집 반 각 3시간

백 18로 안간힘을 쓴다. 주형욱 5단은 기다렸다는 듯 흑 19로 뛰어든다. 프로기사들의 승부호흡이자 준엄한 반격이다. 백은 점점 진퇴양난에 빠지고 있다. 귀에 침투한 흑을 잡을 길은 없다. 프로기사로선 자신의 운명을 상대의 손에 맡길 수밖에 없을 때가 가장 비극적이다.

그런데 이창호 9단도 마지막으로 희망을 걸고 있는 것이 한 가지 있었다. 아이로니컬하게도 그건 귀의 흑이 살아가는 것이었다. 흑이 살면 백은 당장 실리 부족에 빠지는데? 맞다. 하지만 이 9단에겐 그를 만회할 비책이 있었다. 백 22까진 당연한 응수. 여기서 흑이 23에 둔 것이 백의 마지막 희망에 부응한 수였다. 흑은 귀를 포기하고 참고1도 흑 1로 젖혀 7까지 백 두 점을 잡는 것이 승리로 가는 지름길이었다. 살릴 수 있지만 살리지 않는 것이 이 장면의 정답이었다.

흑 23이 떨어지는 순간 ‘돌부처’ 이 9단의 얼굴에도 화색이 돈다. “마지막 희망이 현실이 되는구나.” 흑이 미처 계산에 넣지 못했던 백이 준비한 비책은 백 24. 그 효과는 참고2도를 보면 알 수 있다. 흑 1로 하변 한 점을 살리려고 하면 백 8까지 전체 흑 돌이 함몰한다. 결국 흑이 귀를 살렸지만 우변 한 점이 뜯겨나가선 전혀 벌어들인 것이 없다. 게다가 선수를 내줘 백 36을 빼앗겨선 창졸간에 재역전. 흑백의 심정이 뒤바뀌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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