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번역사업에는 옛사람들의 중요한 문집이 모두 포함됐죠. 실록과 보완관계에 있는 여러 문집이 번역되면 역사를 공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날 겁니다.”
신봉승 추계예술대 석좌교수(77·사진)는 드라마 ‘조선왕조 500년’ ‘찬란한 여명’, 소설 ‘한명회’ ‘왕건’, 역사서 ‘조선 정치의 꽃 정쟁’ ‘조선도 몰랐던 조선’ 등 역사를 소재로 활발한 창작활동을 해온 작가다. 고전을 활용해 아이디어와 콘텐츠를 얻는 데는 ‘달인’이다. 신 교수에게 고전을 읽고 활용하는 방법을 들어봤다.
○ 국사에 대한 기본 지식을 갖춰라
신 교수는 “기본적인 역사 지식이 없으면 단어가 걸리고 눈에 잘 안 들어온다”며 “조선이 어떤 나라였고 당시 사회는 어땠는지 기본적인 역사인식은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고전에 도전하기 전 관련 역사를 미리 공부하는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최근 많이 출판되고 있는 한두 권짜리 요약된 책으로도 충분하다”고 조언했다.
○ 쉬운 책으로 시작해라
신 교수는 조선왕조실록을 두고 “국역본을 읽어도 가장 재미없고 가장 어려운 책”이라고 말했다. 대신 ‘연려실기술’ ‘대동야승’ 등은 내용도 재미있고 쉽게 읽힌다. 신 교수 역시 초기에 역사드라마를 집필할 때는 ‘연려실기술’을 주로 참고했다. 신 교수는 “대신 ‘연려실기술’ 같은 야사집에는 부정확한 내용이 많다는 점은 꼭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 ‘키워드 검색’은 위험하다
“데이터베이스에서 ‘코끼리’를 치면 관련 기록 목록이 나오죠. 사람들은 보통 목록에 나온 내용만 읽고 관둡니다. 하지만 그건 앞뒤 맥락을 모른 채 그냥 넘어가는 겁니다.”
신 교수는 키워드 검색은 단순 사실을 확인할 때는 활용하기 좋지만 역사를 제대로 알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몇 년도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 외우는 건 역사 공부라고 하기 힘들다”며 “사람들이 역사를 그저 ‘나름대로 안다’고 생각하지 말고 직접 읽어보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 수필집 읽듯이 읽어라
박제가의 ‘북학의’나 최익현의 ‘면암집’ 등 당대 문집은 지금으로 치면 수필집에 해당한다. 신 교수는 “이런 문집 속에는 사람이 변변하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국가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등이 담겨 있다”며 “수필집을 읽는다는 생각으로 편하게 읽고 교훈을 얻으면 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처음 드라마 집필을 시작하며 조선왕조실록을 읽을 때 밑줄 그은 부분과 40여 년이 지나 요즘 실록을 읽을 때 중요하다고 눈여겨보는 부분이 완전히 다르다”고 했다. 당대의 여러 고전을 읽으며 역사를 보는 시각이 좀 더 넓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처음 조선왕조실록을 읽을 때는 완역이 안 돼 한학자를 찾아다니며 읽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이제는 당대의 문집까지 번역이 되니 역사를 통해 삶의 지혜를 얻는 사람들이 더 늘어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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