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과학-종교 인문-자연… 모든 지성은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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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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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섭의 기술/최민자 지음/498쪽·2만5000원·모시는사람들

1998년 미국의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의 책 ‘컨실리언스(Consilience)’가 국내에서 통섭(統攝)으로 번역 소개되면서 이 용어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동학사상과 신문명’ 등 동양사상에 관한 책을 펴낸 저자는 서문에서 한자를 달리해 통섭(通涉)으로 쓰겠다고 말한다. 당기거나 아우르다라는 의미의 ‘攝’을 건너다라는 뜻의 ‘涉’으로 바꾸었다. 그는 “윌슨의 통섭(統攝)이 ‘큰 줄기를 잡다’의 의미로 쓰였다면, 나는 없는 곳이 없이 실재하는 원융무애한 생명의 역동적 본질을 보다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통섭(通涉)이란 말을 사용한다”고 말한다. 그는 통섭이란 지식이 아니라 지성 차원의 문제이며, 통섭에 이르기 위해서는 이해나 추론이 아닌 직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동학은 통섭의 세계관을 담은 대표적인 동양사상이다. 동학은 천(天) 지(地) 인(人) 삼재의 융화와 조응에 기초해 인간의 존엄성을 강조하고, 지배자와 피지배자, 개인과 국가가 조화를 이루어 밝은 정치를 구현하고자 한다. 저자는 “동학은 근대 산업문명의 폐해인 국가, 지역, 계층 갈등에 대안을 제시하는 생태사상과도 맥을 같이한다”고 말한다.

서양에는 변증법이 있다. 변증법의 기원은 고대 이오니아 철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오니아의 철학자들은 생장, 소멸하는 우주의 변화와 그 현상 배후의 변증법적인 운동 원리에 관심이 많았다. 당시 탈레스, 아낙시만드로스, 아낙시메네스 등은 종래의 신화적 사고방식에서 탈피해 수학, 천문학을 통해 우주론적 자연철학을 전개했다.

저자는 오늘날 과학과 종교, 인문학과 자연과학, 예술과 과학이 불가분의 관계를 가진 영역이라며 통섭을 주장한다. 그러면서 19세기 이슬람교의 한 종파로 모든 종교의 근원이 같다고 주장한 바하이교의 창시자인 바하 울라의 말을 인용한다. “과학과 종교는 인류의 두 날개다. 과학에 종교라는 통찰력이 결여되면 물질주의에 빠지기 쉽고, 종교에 과학의 합리성이 결여되면 미신에 빠지기 쉽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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