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세계아마바둑 2관왕 욕심”

  • 동아일보

프로입단 좌절 딛고 아마국수전 제패 송홍석 7단

“한국기원 연구생 자퇴 후
오히려 바둑 즐기게 돼 ”

“세계아마바둑대회 2관왕을 차지하고 싶습니다.”

최근 43기 아마국수전에서 우승해 내년 5월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세계아마바둑선수권대회 출전권을 획득한 송홍석 아마 7단(21)은 세계대회 우승을 다짐했다.

그는 10월 전북 전주시에서 열린 제4회 국무총리배 세계아마바둑선수권대회에서도 우승했다.

그는 “전 세계 아마기사가 출전하는 두 대회에서 우승하는 건 ‘세계 아마 최강’이라는 의미가 있고 아무도 달성하지 못한 것이기에 꼭 해내고 싶다”고 말했다.

프로 입단 실패 후 좌절을 겪고 방황했던 송홍석 아마 7단은 “이제야 바둑을 즐기면서 두는 의미를 알 것 같다”며 “꾸준함으로 두 번째 바둑 인생에선 성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변영욱 기자
프로 입단 실패 후 좌절을 겪고 방황했던 송홍석 아마 7단은 “이제야 바둑을 즐기면서 두는 의미를 알 것 같다”며 “꾸준함으로 두 번째 바둑 인생에선 성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변영욱 기자
송 7단은 아마국수전 우승으로 랭킹 1위에 올랐다. 2007년에 이어 두 번째다. 화려한 아마추어 경력을 갖고 있지만 그는 프로 입단이라는 꿈을 여전히 이루지 못하고 있다.

11세 때 연구생에 들어간 그는 그동안 두 명의 프로기사를 뽑는 입단 대회 본선에 6번 진출했지만 3등을 두 번 하는 등 아쉽게 탈락했다. 그는 18세 때인 2006년 한국기원 연구생에서 자퇴했다. 그는 프로 입단 실패에 대해 “재주가 없었다기보다 바둑을 진정 좋아하면서 두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기 싫어하는 승부욕 때문에 의무감으로 바둑을 뒀는데 같이 공부했던 김지석 6단, 한상훈 4단 등은 진짜 바둑을 좋아하면서 뒀던 것 같습니다. 그게 차이를 불렀던 것 같아요.”

연구생을 나온 이후 1년을 쉰 뒤 2007년부터 아마대회에 출전해 전국체전, 바둑왕중왕전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프로 입단 실패로 인한 방황의 세월이기도 했다. 김 6단 등이 입단 후 성적을 내는 것을 보며 ‘나도 프로가 됐다면…’이라고 되뇐 적도 많았다.

“올 6월 바둑계를 떠날까 심각하게 고민했어요. 다니던 바둑 도장에서도 나왔고요.”

그러나 바둑을 두지 않는 삶은 견디기 힘들었다. 수영 피아노도 배우고 다른 일도 구상해봤지만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는 국무총리배 국내 예선에 출전했다.

“제가 실수를 하면 바로 당황하는 편이에요. 실수를 만회하려고 조급하게 두다가 또 실수하고, 실수할까 두려워 움츠러들다가 상황이 더 악화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이번 국무총리배와 국수전에선 ‘바둑을 즐기자’는 마음가짐으로 두니까 성적이 오히려 좋아졌어요.”

그는 내년 1월 8일 프로아마 오픈 기전인 BC카드배 세계대회 예선에 출전한다. 1차 예선에선 연구생과 아마추어끼리 대결하고 2차 예선에 진출하면 프로기사와 함께 대결을 펼친다.

“프로기사와 정식 대국을 두고 싶어요. 내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보고 싶고. 자신은 있는데 어떨지는 모르겠어요.”

그는 프로와의 실력차를 묻는 질문에 조심스럽게 “세계대회 8강, 4강에 올라가는 기사들은 몰라도…”라며 말끝을 흐렸다.

연구생 초기 이창호 9단을 존경해 프로가 되면 이 9단을 뛰어넘기 위해 300개의 타이틀을 따겠다고 꿈꿨던 그는 이날 ‘꾸준히’라는 표현을 자주 썼다.

“다른 분야에서 하고 싶은 것도 많지만 바둑은 한평생 안고 가야 할 존재라는 걸 새삼 깨달았습니다. 한걸음씩 꾸준히 성적을 내다 보면 프로도 되고 타이틀도 딸 수 있겠죠.”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