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한 무대, 두 명의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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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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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가수들이 출연해 유명 아리아와 함께 코믹상황극을 펼치는 ‘테너를 빌려줘’. 사진 제공 아담스페이스
오페라 가수들이 출연해 유명 아리아와 함께 코믹상황극을 펼치는 ‘테너를 빌려줘’. 사진 제공 아담스페이스
오페라는 수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불어넣는 장르다. 오페라를 소재로 수많은 다른 장르의 예술작품이 만들어진 이유다. 영국 작가 켄 류드빅 원작의 ‘테너를 빌려줘’(연출 함영준)는 오페라 가수를 소재로 한 연극이다. 셰익스피어의 ‘오셀로’를 소재로 한 베르디의 오페라 ‘오텔로’에서 오텔로 역의 테너 가수가 흑인 분장을 한다는 점에서 착안해 실제 명가수와 신인가수를 혼동해 벌어지는 희극적 상황으로 웃음을 유발한다.

세계적 테너 가수인 티토 메렐리(최윤호)가 미국 클리블랜드 오페라단과 ‘오셀로’를 공연하는 날. 무대는 그의 호텔 특별 스위트룸. 오페라단장 손델스(장재호)의 딸이자 메렐리의 열혈 팬인 메기(추소영)가 메렐리의 사인을 받기 위해 옷장에 숨어든다. 메렐리의 아내 마리아(문형주)가 이를 오해해 작별편지만 남긴 채 떠난다. 이를 발견한 메렐리는 슬픔에 빠져 평소보다 수면제를 많이 먹고 잠이 든다.

손델스의 조수이자 오페라 가수를 꿈꾸는 막스(강상범)가 이를 발견하고 그가 음독자살한 것으로 오해한다. 공연을 중단할 수 없는 손델스는 막스를 오셀로로 분장시켜 메렐리 대신 내보낸다. 공연은 성공적으로 끝나지만 문제는 메렐리 역시 깊은 잠에서 깨 오셀로 분장을 하고 뒤늦게 설쳐대고 있었다는 점. 이때부터 두 명의 메렐리를 놓고 포복절도할 코미디가 펼쳐진다.

2막으로 구성된 이 연극의 2막은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웃긴다. 하지만 1막은 오페라의 본향인 이탈리아와 영어권 국가 사이의 문화적 차이로 발생하는 유머에 초점을 둔 탓에 낯설게 다가선다. 이를 끌고 가기엔 오페라 가수 출신인 최윤호 강성범 씨의 연기가 아직은 농익지 못한 점도 있다.

2007년 연극으로 이 작품을 소개한 극단 코러스는 이 점을 극복하기 위해 공연 중간 중간 유명 오페라 아리아 10곡을 가미한 오페레타 형식으로 새롭게 무대에 올렸다. 연극 팬이라면 아름다운 오페라 아리아에 심취하고 오페라 팬이라면 오페라와 섹스를 병치한 대본의 재치에 초점을 맞추라고 권하고 싶다. 그런 점에서 메렐리에게 육탄공세를 펼치는 육감적 소프라노 다이아나 역의 이혜정 씨의 능청맞은 연기가 빛을 발한다. 3만∼4만 원. 내년 3월 7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원더스페이스 네모극장. 02-922-1120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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