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공공성 확립-내부통합 ‘무거운 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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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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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이사회는 19일 이병순 현 사장, 김인규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장, 강동순 전 KBS 감사, 이봉희 전 KBS LA사장, 홍미라 전국언론노조 KBS계약직지부장 등 사장 후보 5명을 면접해 최종 후보 1명을 정한다. 이사회는 20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사장 후보를 임명 제청한다. 이 사장과 김 회장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강 전 감사도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새 사장의 임기는 2012년 11월까지다.》

■ 사장후보 최종 1명 오늘 결정… 새 사장의 과제

공영방송 정체성 찾기
상업성-시청률 경쟁 탈피
공익 기능 기준 제시해야

수신료 인상
구조조정 통한 국민 설득
안정적 재원 마련 급선무

내부 갈등 수습
노조 등 특정후보 반대
후유증 치료 쉽지 않아

방송계에서는 방송통신 융합과 지상파의 디지털 전환 등 방송 환경이 격변하고 미디어관계법 시행으로 국내 미디어계의 지각변동이 예상되는 시기에 KBS 사장은 공영방송의 정체성 확립과 재원의 안정적 확보, 정권 교체나 사장 선임 때마다 반복되는 내부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 공영방송의 정체성 확립

미디어 빅뱅 시기에 새 사장은 KBS를 영국 BBC나 일본 NHK에 못지않은 한국의 대표적인 공영방송으로 만드는 것을 최우선 순위에 둬야 한다는 게 방송계의 중론이다. 내년부터 지상파에서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 제도가 시행되면 시청률 경쟁이 치열해지기 때문에 KBS야말로 방송의 공공성 담보에 ‘기준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범수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KBS가 지금까지 공영방송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MBC, SBS의 상업성을 쫓아갔다”며 “BBC나 NHK 등 외국 공영방송은 민영방송사와 차별화된 고품격 프로그램으로 방송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KBS 새 사장은 2012년 말까지 마쳐야 하는 디지털 방송 전환의 책무도 지고 있다. 당장 내년부터 2012년까지 약 4500억 원으로 예상되는 사업비 마련에 진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이 추진 중인 ‘공영방송법’(가칭)은 KBS와 EBS를 하나의 공영방송으로 묶고 경영위원회 설치, 수신료 현실화 등 KBS의 변혁을 부르는 내용을 담고 있어 이에 대한 내부 입장 정리도 새 사장의 몫이다. KBS가 국내에만 머물지 말고 BBC처럼 글로벌 공영방송으로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영신 KBS 이사는 “새 사장은 KBS가 세계적인 미디어그룹으로 발전할 큰 그림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 수신료 현실화와 광고 비중 감축

공영방송의 정체성 확립에는 현행 월 2500원인 수신료 현실화를 통해 KBS 재원의 안정적 확보가 시급하다는 것이 전문가의 견해다.

KBS는 2007년 정연주 전 사장 시절 수신료 현실화를 추진했으나 경영의 비효율성에 대한 여론의 지적 때문에 국회에 상정도 하지 못했다. KBS는 올해 수신료 현실화를 재추진하고 있으며 9월 공청회에서 수신료를 4500∼4800원으로 늘리면 전체 수입의 40%가 넘는 광고 비중을 20%로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10월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수신료 현실화의 필요성엔 공감하면서도 KBS의 구조조정 의지와 공영방송에 걸맞은 프로그램 제작에 대한 노력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국민이 준(準)조세 성격의 수신료 인상에 심정적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유의선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수신료 문제에 대해 “새 사장은 경영 효율화, 보도의 균형성, 공익성 높은 프로그램 제작 등으로 국민을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내부 통합

KBS는 정권 교체나 사장 선임 때마다 내부 세력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며 심한 갈등을 빚어왔다. 2006년 정연주 사장 연임 때나 2008년 이 사장 임명 때처럼 출근저지 등 물리적 충돌도 빚어졌다. 이번에도 사장 후보를 둘러싼 내부 반목이 깊어지고 있어 누가 되든 이를 해결할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KBS 노조, 사원행동, PD협회는 이병순 사장, 김인규 협회장, 강동순 전 감사 등의 후보를 반대하고 나섰다. 특히 노조는 “김인규 후보가 되면 즉각 총파업에 나서고 이병순, 강동순 후보가 돼도 추후 회의를 거쳐 투쟁 수위를 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 후보를 지지하는 움직임도 적지 않다. 유력한 후보인 이 사장과 김 회장의 경우 본부별로 상당한 지지 세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내게시판인 코비스에는 특정 후보의 지지 글이 올라오면 입장 표명 글이 수백 개씩 달리고 있으며 노조의 움직임에 대한 찬반도 잇따르고 있다. KBS 관계자는 “취임 후 노조 사원행동 등 이익집단과 본부별로 터져 나온 내부 반목을 조기에 마무리해야 산적한 과제를 제대로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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