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울했던 시절도 꿈은 자라더라”

  • 입력 2009년 5월 14일 02시 57분


김주영 우화집 ‘달나라 도둑’

늘 꿈꿨던 사막 속의 오아시스를 찾아 떠난 사내. 안내판과 도로를 따라 걸은 그의 길은 사막 초입을 찾기까지는 순탄했다. 만반의 준비와 각오로 가족과 이별한 것을 생각하면 의아하리만치. 드디어 사막에 다다른 그에게 오아시스가 보였다. 줄잡아 이삼십 분이면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아 들뜬 사내는 사막으로 달려 나간다. 하지만 오아시스로 가는 도로와 안내판을 찾느라 10년을 소비하고 만다.(‘사막에서 길을 찾다’)

‘객주’의 작가 김주영 씨(사진)가 상상우화집 ‘달나라 도둑’(비채)을 펴냈다. 안내판과 도로에 길들여져 원하는 것을 목전에 두고도 찾지 못하는 사내의 일생이 문명의 이기에 길들여진 무기력한 현대인을 연상시킨다. 인생에 관한 작가의 통찰과 지혜, 익살, 그리움이 짤막한 62편의 이야기 속에 담겨 있다. ‘길, 인생, 소년과 소녀, 꿈, 이야기’란 다섯 가지 주제별로 구성된 이 우화들은 동아일보에 연재했던 ‘작가 김주영의 그림 읽기’를 바탕으로 했다.

늪가의 집이 답답하고 싫다며 배를 타고 떠난 뒤에야 그곳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 형제, 어울리지 않는 어른 행세를 하기 위해 고집을 부리다 공룡이 돼 버린 어린아이, 정원과 집을 온통 꽃밭으로 장식하다 결국 ‘꽃 감옥’에 갇혀버린 가족 등은 삶에 관한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진다. 우화적 상상력이 가득한 이야기들이 현재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작가는 서문에서 “유난히 암울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좌절과 외로움은 어린 시절 내 화두의 전부였다. 그런 나에게 무슨 영문인지 우연히 꿈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 책에 쓰인 글들은 내 꿈과 상상력의 자서전”이라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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