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공연시간표 바꾸는 아줌마부대의 힘

  • 입력 2009년 3월 19일 02시 53분


오전-오후 공연 잇달아 신설 ‘40, 50대 모시기’

《“얘, 이게 얼마 만이니!” “난 네 덕분에 15년 만에 연극 보러 왔다.” 18일 오후 서울 대학로의 더굿씨어터. 오후 3시에 시작하는 연극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앞두고 공연 앞 대기실이 꽉 들어찼다. 300여 석을 채운 관객의 대부분은 40, 50대 중년 여성이다. 친구들과 함께 동창회를 하러 온 주부 황윤정 씨(54)는 “막상 동창회를 열어도 주부들이 모여 할 수 있는 게 수다 떨고 밥 먹는 것밖에 더 있느냐”며 “이제껏 평일 공연이 저녁 시간에 몰려 있어 ‘연극동창회’는 꿈도 못 꿨는데 이렇게 친구들과 연극을 볼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날은 기업체에 근무하는 주부 직원들의 단체 관람도 눈에 띄었다. 사원 복지 차원에서 주부 보험설계사 28명을 데리고 온 대한생명 김종욱 대현지점장은 “낮 시간에 열리는 공연이 많이 있으면 앞으로 직원들의 단체 관람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

○ 틈새 공연 호응… 다과까지 배려

‘연극 시간표’가 무너지고 있다. ‘평일 오후 7∼8시, 월요일 휴무’는 공연계에 관행처럼 굳어진 시간표. 하지만 최근 평일 오전 11시, 오후 2시, 3시, 4시 공연이 잇달아 신설되며 호응을 얻고 있다. 40, 50대 중년 여성 관객들을 노린 ‘틈새 공연’이다.

한 달에 한 번씩 오후 연극을 보러 온다는 주부 김종민 씨(55)는 “점심을 먹고 저녁을 하러 가기 전 오후 2시에서 4시 사이가 주부들이 편히 쉴 수 있는 시간대”라며 “점심시간과 겹치는 오전 11시 공연도 대부분 차와 다과를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해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배우 박정자 씨가 출연한 클래식 연극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틈새 공연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 2월 한 달간 서울 대학로 설치극장정미소에서 있었던 오후 2시 공연의 반응이 좋아 공연기획사는 4월 2일부터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으로 무대를 옮긴다. 이번에는 모두 오전 11시에만 공연한다.

8일 막을 내린 연극 ‘억울한 여자’도 금요일 오후 3시 공연과 뒤풀이를 기획해 주부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공연을 기획한 이다엔터테인먼트 정희정 팀장은 “큰 기대를 걸지 않고 시험 삼아 몇 번 해봤는데 반응이 저녁이나 주말 공연 못지않았다”며 “낮 공연은 안 된다는 고정관념을 깨는 계기였다”고 말했다. 이다 측은 18일 시작한 ‘오랜 친구 이야기’의 낮 공연도 고려하고 있다.

매진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경기 의정부 예술의 전당은 모닝 콘서트에 이어 3월부터 12월까지 한 달에 한 편씩 오전 11시 ‘모닝연극’을 시작한다. 2월 중순부터 예매를 시작한 3월 27일 ‘버자이너 모놀로그’의 공연은 237석이 매진된 상태다. 연극열전2의 ‘민들레 바람 되어’와 ‘늘근 도둑 이야기’는 수, 목요일 오후 4시 공연을 늘린 뒤 객석 점유율이 80%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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