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림트의 ‘황금빛 유혹’ 특별전]소녀의 얼굴

  • 입력 2009년 3월 12일 02시 59분


소년이 그린 소녀, 무엇을 꿈꾸는가

(1880년·유화 43×30cm)

몇 살쯤 됐을까? 긴 속눈썹에 아직 젖내를 풍길 것 같은 통통한 볼을 가진 소녀. 반듯한 이마와 이목구비가 어질고 순한 인상을 풍긴다.

‘소녀의 얼굴’은 클림트가 18세 때 그린 작품이다. 출품작 중 가장 초기작으로 기교가 완벽하진 않으나 흰색 레이스의 문양, 푸른색 넥타이의 질감, 자주색 옷의 주름 등의 표현을 보면 기본기가 탄탄한 화가임을 단번에 알 수 있다.

클림트와 그의 동생 에른스트와 함께 예술가회사(쿤스틀러 콤파니)를 운영했던 동료 프란츠 마츠도 같은 인물을 모델로 작품을 남겼다.

두 작품을 비교하면, 마츠가 옷과 의자 등 디테일의 묘사에 치중했다면 클림트는 부드럽게 흐르는 듯한 화법을 사용해 인물의 느낌을 잘 살려냈다.

화가 트리오는 회사 창립에 앞서 1880년경부터 장식벽화를 의뢰받기 시작했다. 작업을 위해 모델이 여럿 필요했으나 클림트가 낯을 가리는 성격인 데다 비용도 만만치 않아 주로 가족과 친구들이 모델로 나섰다. 이 그림의 주인공에 대해서도 클림트의 여동생이란 추정이 나온다.

모델이 누구든, 뭔가 꿈꾸는 듯한 소녀의 해맑은 얼굴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왠지 평온해진다. 팍팍한 현실에 부대끼며 우리가 잃어버린 순수의 시절을 되돌아보게 하는 그림, 지금은 헤매고 있지만 길을 완전히 잃은 것은 아니라는 작은 위로를 건네주는 듯하다.

‘한 알의 모래 속에서 세계를 보고/한 송이 들꽃 속에서 천국을 본다./손바닥 안에 무한을 거머쥐고/순간 속에서 영원을 붙잡는다.’(윌리엄 블레이크의 ‘순수를 꿈꾸며’)

02-334-4254, www.klimtkorea.co.kr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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