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9년 3월 7일 02시 59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이 아이는 밉상이다. 걸핏하면 동생을 울리고, 숙제도 제때 하는 법이 없다. 학교에서는 못 말리는 말썽쟁이다. 징그러운 벌레를 들고 여학생들에게 내밀기도 하고, 급식 배식은 자기 내키는 대로, 친구들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때리기도 한다.
이런 짓궂은 아이들을 어른들은 엄격하게 대한다. 혼내고 야단치지 않으면 손댈 수 없을 만큼 꾸역꾸역 일을 벌여 나갈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행여 빈틈이라도 보였다가 악동에게 호락호락해 보여선 큰일이니 초장부터 기를 누르고 무섭게 대한다. 엄마도, 담임선생님도.
동화의 주인공인 초등학교 1학년인 ‘나’가 그렇다. 어른들이 경계하는 요주의 학생이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만날 혼만 나는 아이다. 그런데 아이의 속사정을 가만 들어보면 억울한 부분이 많다. 일하다 늦게 오는 엄마를 위해 동생을 돌봐주지만 동생은 떼만 쓰고 대든다. 동생과 놀아주느라 숙제를 못했지만 이런 사정을 말하면 엄마가 더 화낼 테니 입을 꾹 다물 수밖에.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다. 쉬는 시간에 큰 소리로 노래 부르면 시끄럽다고 혼난다. 입학식 때는 목소리가 커서 씩씩하다고 칭찬 받아 그런 건데 말이다. 잘해보려고 해도 늘 야단만 맞는다. 아이는 매일 중얼거린다. ‘에잇 나는 만날 혼나. 어제도 혼났고 오늘도 혼나고 틀림없이 내일도 혼나겠지….’
소원을 적어서 대나무에 다는 칠월칠석(일본의 전통풍습)이 다가왔다. 선생님이 반 아이들에게 소원을 적어내라고 한다. 한참 고민하다가 빨리 안 적어 낸다고 또 혼이 난 뒤에야 아이는 한자 한자 또박또박 소원을 적어낸다. 역시 맨 꼴찌. 반에서 마지막으로 소원을 적은 종이를 선생님께 드렸다. 또 혼나겠지. 그런데 선생님이 그걸 뚫어져라 보더니 운다.
‘혼나지 안케 해 주세요.’
아이가 작은 종이에 비뚤비뚤한 글씨로 정성껏 적어낸 소원은 다름 아니라 ‘혼나지 않게 해 주세요’였던 것.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선입견을 가지고 비난하거나 질책하는 것이 아니라 칭찬과 사랑으로 감싸주는 것임을 깨달은 선생님은 눈물을 닦으며 “정말 좋은 소원이구나” 하고 칭찬해 준다. 집에 오니 선생님과 통화한 엄마도 아이를 꼭 안아주며 사랑한다고 말한다. 말썽쟁이 아이는 너무 행복하게 잠들며 감사 기도를 한다.
‘하느님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저는 오늘 하늘만큼 땅만큼 행복합니다. 앞으로 더 착한 아이가 되겠습니다.’
아이들을 변화시키는 것은 칭찬과 격려의 힘임을 뭉클하게 느낄 수 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