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둥~ 두두두둥… 심장까지 흔드는 그 소리에 반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2월 18일 02시 58분


주말이면 ‘할리 라이더’로 변신하는 나민철 씨(가운데). 골프 연습장을 운영하는 그는 주말에는 할리데이비슨을 타고 전국을 누빈다.
주말이면 ‘할리 라이더’로 변신하는 나민철 씨(가운데). 골프 연습장을 운영하는 그는 주말에는 할리데이비슨을 타고 전국을 누빈다.
■ 할리데이비슨 타는 사람들

‘두둥 두둥 두둥 두두두둥….’

8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거리는 40여 대의 할리데이비슨이 도로 질주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었다. 다음 달 본격적인 라이딩을 앞두고 ‘웨이크 업’ 라이딩을 위해 모인 것. 겨우내 움츠렸던 기지개를 펴기 위한 준비 라이딩으로 보면 된다.

할리데이비슨을 탄 지 3년 된 나민철 씨(52).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서 골프 연습장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주말이면 할리데이비슨을 타고 전국을 질주한다.

나 씨는 “8년 전 지방 출장을 가다가 고속도로를 달리는 할리데이비슨을 보고 반했다”면서 “가족이 ‘모터사이클은 위험하다’고 말려서 처음에는 몰래 탔다”고 말했다.

○ 배기음 잊지 못하는 ‘할리 라이더’들

할리데이비슨을 타는 사람, 즉 ‘할리 라이더’는 처음에는 모터사이클의 웅장하면서 편안한 겉모습에 끌린다고 한다.

그러다가 시간이 갈수록 굉음의 매력에 푹 빠져든다. 1500cc에서 터져 나오는 배기음은 힘이 넘친다.

배기음은 삼박자의 말발굽 소리와 유사하다. 영어로는 ‘potato-potato-potato’로 표현된다. 할리의 배기음은 국제 특허로 등록돼 있을 정도다.

나 씨는 “할리 엔진의 연소 주기는 인간의 심장 박동 주기와 비슷해서 다른 어떤 기계보다 인간적이라는 생각이 든다”라면서 “직접 몰면서 듣는 소리는 굉음이라기보다 경쾌한 음악 같다”고 말했다.

할리데이비슨을 탄 지 4년이 됐다는 최호석 씨(48·자영업).

그는 “12월, 1월 두 달 동안 추위 때문에 할리를 몰지 못했다”면서 “배기음을 잊지 못해 수시로 지하주차장에 내려가 할리의 시동을 켰다”고 말했다.

할리데이비슨의 매력은 진동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시동을 걸면 엔진의 떨림이 몸 전체로 퍼져 오며 2, 3cm 간격으로 크게 흔들린다.

최 씨는 “마치 말을 타고 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할리데이비슨을 탄 지 1년 된 우영균 여의도성모병원 원장은 “평소 환자 진료와 병원 경영에서 생기는 스트레스를 술로 풀었는데 할리를 타고 난 후부터 스트레스도 사라지고 건강도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 ‘길거리 폭주족’은 편견

국내에는 3500여 대의 할리데이비슨이 도로를 질주하고 있다. 동호회 모임만 200개에 이른다.

할리 오너스 그룹으로 불리는 호그(H.O.G.)는 국내의 가장 대표적인 동호회 모임으로 1200여 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H.O.G.는 세계 130개국에서 1400개 지역별 모임이 있으며 회원은 100만 명이 넘는다.

장원기 H.O.G.코리아 회장은 “흔히 할리를 모는 사람은 길거리를 위협적으로 질주하고 신호도 제대로 안 지키는 폭주족으로 생각하지만 이는 편견”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할리 라이더는 최소 10명 이상이 단체로 움직이기 때문에 교통질서를 지키는 것을 중요시한다. 또 도로를 주행할 때는 시간당 100km 이상을 달리지 않는 원칙을 지킨다.

할리데이비슨을 타는 사람은 40, 50대로 직업은 의사 변호사 기업가 연예인 은행원이 많다. 대당 가격이 1000만 원을 넘다보니 ‘잘사는 사람’의 전유물로 여겨지기도 한다.

할리 라이더들은 “꼭 돈이 많아야만 탈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한다.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리스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도 있다. 가격의 30%를 계약 보증금으로 선납입하고 월 리스료(30만∼98만 원)를 내 할리데이비슨을 가질 수 있다.

요즘은 할리데이비슨을 혼자 타기보다 가족을 뒷좌석에 태우고 달리는 ‘텐덤투어’도 많이 한다.

할리 라이더 김무환 씨(39·자영업)의 아내 이순희 씨(36)는 “모터사이클은 ‘위험하다’ ‘가족생활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남편과 함께 타면서 인식이 바뀌었다”며 “지금은 남편보다 내가 더 할리를 아낀다”고 말했다.

할리데이비슨에 도전하기 전에 알아둬야 할 것 하나.

자동차 면허증만 있으면 할리데이비슨을 몰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틀린 생각이다. 125cc 이상의 모터사이클을 합법적으로 몰기 위해서는 2종 소형 면허가 필요하다. 면허를 따면 관련업체 전문가들이 익숙할 때까지 무료로 연수를 도와준다. 일주일 정도 연수하면 할리데이비슨을 몰 수 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할리’를 몰기 위한 장비

가격 천차만별… 헬멧-부츠-재킷 20만원부터

할리데이비슨은 배기량이 가장 작은 883cc(스포스터 883), 1584cc(울트라 클래식 일렉트라 글라이드) 등 총 30여 기종이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다. 가격은 1100만 원부터 3600만 원까지 다양하다. 달리는 목적과 성별에 따라 기종을 선택한다. 여성은 주로 배기량이 작은 스포스터류를 선호하고 남성은 배기량과 차체가 큰 투어링 계열을 선호한다. 멋지게 할리데이비슨을 몰기 위해서는 준비물이 많이 필요하다. 헬멧, 고글, 장갑, 재킷, 바지 등이 대표적이다.

운전자와 동승자가 반드시 착용해야 하는 헬멧은 3종류가 있다. 얼굴을 다 덮는 ‘풀 페이스 헬멧(full-face helmet)’이 가장 안전하다. ‘4분의 3모(three-quarter)’는 머리와 양쪽 턱 선까지 보호하고, ‘2분의 1모(open-face)’는 머리만 보호하는 헬멧이다.

헬멧 가격은 디자인과 기능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20만∼50만 원 선이다.

할리데이비슨은 정지할 때 무게중심을 양발로 잡아야 하기 때문에 부츠를 신는 것이 좋다. 가격은 20만∼30만 원.

장갑은 바람과 더위, 추위에서 손을 보호할 수 있도록 손가락 전체를 덮는 장갑을 선택한다. 달릴 때 날아오는 돌, 모래, 벌레로부터 눈을 보호해주는 고글도 필수품이다.

할리데이비슨 라이더들이 많이 입는 가죽 재킷은 보호대가 장착돼 있어 바람을 막아주고 넘어졌을 때 찰과상으로부터 어느 정도 보호해 줄 수 있다. 가격은 20만∼70만 원.

통이 넓은 바지는 펄럭거려서 뜨거워진 배기관에 닿아 손상될 수 있으므로 통이 좁고 신축성이 좋고 내구성이 강한 것을 선택한다. 가격은 5만∼10만 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