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떠난 자리… 베를린 필의 브람스가 찾아왔다

  • 입력 2008년 11월 18일 15시 01분


"베를린 필의 브람스 교향곡 전곡 연주는 한국 공연이 전 세계에서 첫 공연입니다. 베를린 필하모닉이 창립될 당시 브람스가 새로운 음악이었던 것처럼, 21세기에 새롭게 해석된 브람스를 기대해주세요."(사이먼 래틀 경)

3년 만에 내한공연을 갖는 베를린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18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 반포동 JW메리어트호텔에서 입국 기자회견을 가졌다. 음악감독인 사이먼 래틀 경, 엠마누엘 파후드 플루트 수석(미디어 담당 임원), 오보에 연주자인 안드레아스 윌만(오케스트라 연주단 회장), 파멜라 로젠버그 행정감독 등이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베를린 필 단원들은 이날 오전 7시 반 인천공항에 도착해 곧장 호텔에 짐을 풀고 기자회견 장에 도착했다.

래틀 경은 "비행기에서 내린지 얼마 안 돼 몽롱한 상태지만, 이처럼 멋진 가을풍경을 가진 한국에 다시 돌아와 행복하다"고 인사를 했다. 다음은 래틀 경과의 일문일답.

- 래틀 경은 2002년 베를린 필하모닉의 음악감독에 취임한 이후 예술교육에 많은 노력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가 하고 있는 음악을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올바른 것이라고 확신한다. 부유한 사람들 뿐 아니라 도시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우리의 음악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음악이 자라나는 청소년 뿐 아니라 노년층과 장애인들 등 사회적 약자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바꾸게 되기를 바란다."

- 최근 발매된 래틀 경의 전기에 보면 '나는 절대 브람스 교향곡 전곡 레퍼토리로 연주투어를 가질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번에 브람스 교향곡으로 해외투어를 갖게 됐다. 생각이 바뀐 것인가.

"베를린 필은 그동안 말러, 브람스 교향곡 연주에 너무도 많이 치중해왔다. 전임 지휘자(푸르트뱅글러, 카라얀, 아바도 등)들은 물론 존경하는 분들이지만 그들이 독일 작곡가의 레퍼토리에 너무 집중해온 것이 사실이다. 나는 지난 5년 간 현대음악 등 다른 레퍼토리를 연주하는 시도를 해왔다. 이제는 취임 6년 차를 맞은 만큼 브람스 음악에 한 번 도전하려고 한다."

- 래틀 경이 해석하는 브람스 교향곡은 어떤 색깔인가.

"지금은 말할 수 없다. 이틀 후(20, 21일 공연 후)에 답이 나올 것이다(웃음). 브람스의 작품에 대해선 논할 수 있는 것은 지휘자로서의 특권이지만, 내 연주에 대해 직접 말할 수는 없다."

- 지휘자로서 단원들과의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는가.

"지휘자와 단원들은 한 팀이다. 좋을 때나 안 좋을 때나 협업을 하는 것이다. 베를린 필의 단원들은 강한 의견을 갖고 있다. 음악에 대한 신념 부분에서 우리는 서로 권력 투쟁(power struggle)을 한다. 단원들이 지휘자의 말을 들어야 하듯이 지휘자도 단원들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 우리는 항상 대화를 통해 의견을 조율한다."

-베를린 필하모닉이 이번 내한공연에서 청소년들에게 리허설을 개방키로 했다. 세계적인 1급 오케스트라가 리허설을 개방하는 것은 한국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리허설을 개방한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에 자주 오게 된 인연으로 이번에 리허설을 개방할 수 있게 돼 무척 기쁘다. 나의 신념은 콘서트를 소수만이 감상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음악회장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하고, 많은 관객들이 우리들에게 다가설 수 있게 하고 싶었다.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의 리허설 개방이 한국에서 처음이기 때문에 더욱 긴장되고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래틀 경은 20분 만에 인터뷰를 마친 뒤 자리를 떠났고, 다른 참석자들에 대한 인터뷰가 이어졌다.

- 사이먼 래틀의 리더십을 전임 카라얀이나 아바도와 비교해본다면.

▽안드레아스 윌만

"카라얀은 위대한 지휘자이다. 아바도로 지휘자가 교체됐을 때 오케스트라에 큰 변화가 있었다. 오케스트라의 많은 단원들이 65세 정년으로 그만두고 젊은 연주자들로 세대교체가 됐다. 또한 아바도에서 래틀로 바뀌었을 때도 커다란 변화가 있었다. 래틀은 환상적인 능력을 갖고 있지만, 지휘자를 개별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다. 모두들 각자의 개성과 예술적인 능력을 갖고 있다. 지휘자들에게 세계 랭킹을 부여하는 것은 맞지 않는 일이다. 카라얀 시절부터 일한 멤버들은 현재 많이 남아 있지 않지만, 그 분의 유산과 정신은 베를린 필에 여전히 남아 있다."

- 베를린 필하모닉의 미디어 담당 임원이 하는 역할은 무엇인가.

▽엠마누엘 파후드

"베를린 필은 오케스트라의 주요 보직을 연주자들이 직접 맡아 진행한다. 미디어 담당 팀은 CD나 인터넷을 통한 음반사업에 대한 결정을 주로 한다. 브람스 교향곡 사이클과 관련해서는 EMI와 5년간 음반계약을 맺었다. 최근에는 또 다른 계약도 준비 중이다. 요즘 급변하는 인터넷과 기술의 발전을 충분히 활용하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 베를린 필은 주요 콘서트를 인터넷으로 생중계해 전 세계인들이 볼 수 있게 하는 '디지털 콘서트홀' 프로젝트를 준비 중인데….

▽엠마누엘 파후드 "'디지털 콘서트홀' 프로젝트는 최대한 많은 글로벌 커뮤니티에 클래식 음악을 전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가장 이상적인 모델은 이탈리아의 축구팀이다. 그들은 축구선수들 개개인의 프로필, 연습장면과 라커룸에서의 모습, 경기 장면 등을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전 세계인들에게 실시간으로 전하고 있다."

- 베를린 필하모닉의 음악교육 프로젝트에 대해 소개해 달라.

▽파멜라 로젠버그

"베를린 필은 다양한 청소년 음악교육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2년 동안 베를린 필의 음악교육 프로젝트에 참가한 청소년들에게는 베를린 필의 콘서트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필하모니아 홀에서 콘서트를 열 때마다 50장의 티켓을 청소년들을 위해 특별할인된 가격으로 준비한다. 또한 베를린에 살고 있는 6~16세의 학생으로 구성된 스쿨 오케스트라도 있다. 이들은 평소 각 학교별로 연습하다가 한달에 한 번씩 필하모니아홀 무대에 선다. 사이먼 래틀이 이들을 위해 오전 내내 리허설을 진행해준다."

- 올해 베를린 필하모니아 홀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수리를 했을 때 추가로 시설을 보수한 것은 없는가.

"당시 화재로 지붕의 4분의1이 불에 탔지만 다행스럽게도 홀 내부에는 큰 피해가 없어 2주 뒤 공연할 수 있었다. 소방서에서 화재 진압을 잘 해 홀 내부로 물이 스며든 것은 두 군데 정도였다. 지붕은 내년에 수리할 예정이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