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연극과… 뮤지컬과… 발레의 데이트

  • 입력 2008년 6월 5일 03시 03분


여름, 발레 대전이 열린다.

국내 무용계를 대표하는 국립발레단(단장 최태지)과 유니버설발레단(단장 문훈숙)이 올여름 연달아 야심작을 선보인다. 국립발레단의 창작공연 ‘오델로’와 유니버설발레단의 ‘발레뮤지컬 심청’. 흥미롭게도 두 공연 모두 크로스오버를 시도해 확실하게 대비될 참이다.

○ 발레+연극 vs 발레+뮤지컬

‘오델로’는 ‘발레와 연극의 만남’을 표방한 공연. 발레라는 장르가 관객이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연극의 스토리텔링 기능을 더했다. 이 실험을 위해 연극 연출가인 세종대 송현옥 교수가 총연출을 맡았다.

말 그대로 ‘연극+발레’다. 연극 장면과 발레 장면이 교차해 펼쳐진다. 데스데모나가 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흑인 장군 오델로와의 사랑을 기꺼이 택하는 과정을 연극배우 서은경 씨와 유태웅 씨가 연기한다. 여기에 오델로가 데스데모나에게 느끼는 사랑과 모성의 감정을 표현하는 발레가 따른다. 이런 식으로 3막의 발레 가운데 막 사이마다 연극이 삽입된다.

연극과 발레 간 장르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연극배우가 풍성한 신체언어를 시도하는 게 눈에 띈다. 연출 송 교수는 “배우들이 구르고 뛰어다니는 등 기존 연극과 다른 커다란 움직임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발레뮤지컬 심청’은 제목대로 ‘발레+뮤지컬’의 형식을 택했다. 지난해에 이은 두 번째 공연으로 연극과 뮤지컬, 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의 연출을 맡았던 양정웅 씨가 지휘한다. 지난 공연 때는 음악과 안무의 통일성이 부족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래서 주제를 잘 드러내 줄 노래 9곡을 새로 작곡했고, 안무도 발레 동작을 주로 배치해 통일감을 갖게 했다.

뮤지컬 가수들이 노래하는 음악을 배경으로 한 것뿐 아니라 무대 장치에 다양한 변화를 준 것도 뮤지컬과의 크로스오버 지점이다. 예쁜 꽃마을과 푸른 바다 속, 등불로 가득한 용궁 등 화려한 볼거리가 넘친다. 연출을 맡은 양 씨는 “산호초를 무대 장치로 쓸 경우 평이하게 아래에서 올라오거나 옆에서 나오는데, ‘심청’에서는 위에서 내려오게 하는 등 뮤지컬에서 시도할 수 있는 다양한 무대 장치의 변화를 꾀할 것”이라고 말했다.

○ 우리 고전 vs 해외 고전

‘심청’은 손꼽히는 우리 고전, 셰익스피어의 ‘오델로’는 대표적인 해외 고전이다. 그만큼 저마다 고전의 맛을 얼마나 잘 살리는지도 관심 사항.

‘발레뮤지컬 심청’은 서양 발레에 한국적 색깔을 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도화동 꽃마을 장면에서 ‘고무줄놀이’ ‘꼬리잡기’ 같은 전통놀이를 더한 것, 궁중 연회 장면에서 튀튀(발레 의상)와 토슈즈 차림의 무용수들이 부채춤과 탈춤을 추는 것이 그렇다. 무병장수를 위해 토끼를 사육하는 용왕, 왕자병에 걸린 용궁 왕자 등 새롭게 만들어낸 캐릭터들도 원작의 유머를 배가시키는 데 힘을 실어준다.

‘오델로’는 제임스 전, 박상철, 백영태 씨가 각 막의 안무를 맡아 원작의 주제를 살리는 발레를 선보인다. 의처증으로 인해 야수처럼 변해가는 오델로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이기심과 질투심 등을 강렬하고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3막의 경우 오델로의 고뇌하는 심리를 표출하고자 11명의 남성이 군무를 추는데 이 11명 모두가 오델로를 상징한다. 3막의 안무를 맡은 백 씨는 “순수했던 오델로의 사랑이 자체분열하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이라면서 “사랑을 긍정하려는 힘과 그것을 부정하려는 다툼을 극단적으로 상징한다”고 밝혔다.

‘발레뮤지컬 심청’=8∼18일. 평일 오후 7시 반, 8일(일요일) 오후 5시, 14일(토요일) 오후 4시·7시 반, 15일(일요일) 오후 2시·5시 반. 서울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 2만∼6만 원. 1588-7890

‘오델로’=7월 11∼13일. 11, 12일 오후 7시 반, 13일 오후 3시. 서울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 1만∼6만 원. 02-587-6181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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