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흐르는 루브르박물관… 관람재미 쏠쏠

  • 입력 2008년 4월 14일 03시 00분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이 2월 새로 구축한 음성안내시스템. 한국어가 프랑스어 영어 등과 함께 음성안내 7개 언어에 포함됐다. 이 시스템은 작품설명과 함께 테마별 관람코스 가이드를 제공한다. 파리=손택균 기자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이 2월 새로 구축한 음성안내시스템. 한국어가 프랑스어 영어 등과 함께 음성안내 7개 언어에 포함됐다. 이 시스템은 작품설명과 함께 테마별 관람코스 가이드를 제공한다. 파리=손택균 기자
9일 오후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 드농관 2층 계단 홀.

높다란 단 위에 우뚝 선 여신 니케 상 아래에서 가이드가 관람객 앞에서 목청 높여 중국어로 설명하고 있었다. 뒤쪽에 있어 설명을 듣기 어려운 중국인들은 대열에서 빠져나와 조각상 주변을 서성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기자는 계단 옆 난간에 앉아 박물관 입구에서 빌린 한국어 음성안내시스템 헤드폰을 터치스크린 단말기에 연결시켜 귀에 걸었다. 니케 조각상 옆에 붙은 4자리 숫자를 터치스크린 단말기에 입력하자 니케상의 역사와 미적 가치에 대한 한국어 안내 음성이 흘러나왔다.

“1863년 출토된 이 조각상은 막 뱃머리에 내려앉은 날개 달린 승리의 여신을 묘사한 것입니다. 떨어져나간 오른손 모양과 몸통의 자세를 종합해 보면 뱃머리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승리를 염원하는 모습을 하고 있었으리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설명을 듣고 일어나려고 할 즈음 “이 조각상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왼편에서 봐야 한다”는 설명이 나왔다. 오른쪽 계단으로 올라가려던 걸음을 멈추고 다시 왼쪽으로 내려갔다.

루브르 박물관은 2월 중순부터 한국어 음성안내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박물관은 음성안내시스템을 7개 언어로 새로 구축하면서 대한항공의 지원을 받아 한국어를 포함시켰다. 아시아권에서는 일본에 이어 두 번째다. 박물관이 제공하는 음성안내 언어는 한국어를 포함해 프랑스어 독일어 영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등 7개. 루브르 박물관을 찾는 연간 840여만 명의 관람객 가운데 한국인은 7만여 명으로 1%가 안된다.

박물관의 한국어 음성안내시스템은 헤드폰을 끼고 2분 남짓 작품별로 설명을 들었던 기존 방식과 다르다. 터치스크린 단말기에 전시품 번호를 입력해 작품 설명을 찾아 듣는 것은 기본이고 전문가를 통해 작품의 역사적 의의와 미적 가치, 발굴에 얽힌 에피소드 등에 대한 주제별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루브르 박물관의 방대한 규모 때문에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관객은 ‘이탈리아 예술품 관람’ ‘고대 예술품 관람’ 등 1시간∼1시간 반가량 걸리는 관람 코스를 선택해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전체 30여만 점의 소장 유물 중 600여 점에 대한 설명이 제공되고 있지만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암굴의 성모’ 등 일부 주요 작품에 대한 설명이 빠져 있어 아쉽다. 대여 가격은 6유로(약 9200원).

한편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서 한국어의 위상이 높아진 것과 더불어 파리 여러 곳에서 우리말이나 우리글과 관련된 문화 행사가 열리고 있다. 서예가 정도준(60) 씨는 파리 9구 구청 회관에서 18일까지 ‘한글-아름다운 동행 파리’라는 주제로 한글 서예 작품전을 열고 있다. 3월 말 한국 극단 우투리의 연극 ‘한국 사람들’은 프랑스어 자막과 함께 한국어로 공연됐으며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 문화면 톱기사로 게재되기도 했다.

파리=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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