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최은희 씨 자서전 출간

  • 입력 2007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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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납북…탈출…그리고 사랑 부끄러운 기억들도 다 드러냈죠”

“이쪽 저쪽(남북한)에서 환대도 받았지만 고생도, 오해도 많았죠. 같은 하늘 아래 두 조국을 넘나들었던 여자의 일생 혹은 여배우의 일생을 담담히 적은 글이라 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영화 ‘성춘향’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등으로 1950, 60년대를 풍미했던 은막의 스타인 영화배우 최은희(77·사진) 씨가 ‘최은희의 고백’(랜덤하우스)을 냈다. 고 신상옥 영화감독의 부인으로 강제납북(1978년)과 탈출(1986년) 등 갖은 고초를 겪었던 삶을 스스로 돌아본 자서전 형식이다.

최 씨는 5일 전화 통화에서 “3, 4년 전 거의 써 놓았다가 괜스레 부끄러워 접었던 책”이라면서 “자서전이라 솔직하게 쓴 탓에 세간에서 뭐라고 할지 지금도 겁이 난다”고 말했다.

“원래 그 양반(신 감독)이 ‘나도 한 권 쓸 테니 같이 써 보자’며 자서전 집필을 종용했어요. 그래서 다시 준비했는데 지난해 갑작스레 돌아가셨죠. 신 감독 뜻을 살리고 싶어 올여름 그 양반 책 ‘난 영화였다’를 먼저 출간하고 저도 뒤따라 냈습니다.”

‘500년을 산 것처럼 길고 모진 시절’이라고 서문에서 밝힌 책에는 최 씨의 모든 삶이 담겼다. 첫 영화 ‘새로운 맹세’(1947년)에서 만난 12세 연상의 촬영기사 김학성 씨와의 결혼, ‘간통죄 1호’라 비난받았던 신 감독과의 사랑, 홍콩에서의 강제납북과 북한 생활, 신 감독과 자녀까지 뒀던 배우 오수미 씨와의 관계까지 꼼꼼히 반추했다.

“명색이 자서전인데 좋은 기억만 쓸 순 없지 않겠어요? 그래도 치부를 드러내는 대목에서는 많이 망설이기도 했죠. 하지만 누가 보더라도 가감 없이 썼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다들 고인이 되셨는데 남은 제가 진실해야 하니까요.”

또 다른 의미에서 ‘인생의 남자’였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 대해서는 “이중적인 복잡한 감정”이라고 말했다. 강제로 북한으로 끌고 간 건 미울 수밖에 없지만, 신 감독과 최 씨의 영화에 대한 존중과 깍듯한 예우는 고마운 대목이라는 것이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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