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진정한 즐거움 나누고 싶다”

  • 입력 2007년 9월 4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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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여러분과) 텍스트(책)를 읽는 즐거움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생각을 나누고 함께 수업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장마리 귀스타브 르클레지오(67·사진) 씨. 현존하는 최고의 프랑스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그가 국내 대학 강단에 처음으로 섰다. 이화여대 불어불문학과 초빙으로 가을학기 ‘현대 프랑스 문학비평’ 강좌를 맡은 것.

3일 오후 2시경 이화여대 학관 204호 강의실. 르클레지오 씨는 차분한 웃음을 머금은 채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며 첫 수업을 시작했다. 4학년 전공과목인 데다 원어강의라 등록 학생은 15명 남짓. 그러나 프랑스 거장 작가에 대한 관심을 반영한 듯 청강생을 포함해 40여 명이 몰렸다.

“공부나 시험의 목적보다는 ‘텍스트를 통한 소통’에 강의의 초점을 맞추겠다”고 방향을 제시한 작가는 “프랑스 전통문학부터 현대문학까지 여성 작가 작품을 중심으로 문학 안팎의 여성성을 한 학기 주제로 준비했다”고 커리큘럼을 소개했다.

르클레지오 씨는 특히 학생들의 적극적인 수업 참여를 부탁했다. “프랑스어가 힘들면 영어도 좋습니다. 영어도 어려우면 한국어나 몸짓 발짓을 사용해도 됩니다. 자기 생각이 틀릴까봐 두려워 마세요.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밝히며 좋은 ‘경험’을 공유합시다.”

강의는 시종일관 진지하면서도 편안했다. 프랑스어 위주로 진행하되 학생들 눈높이에 맞춰 간간이 영어도 썼다. 미묘한 부분에선 한국어 통역을 부탁했다. 곧잘 가벼운 농담을 던져 쾌활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첫 수업을 마친 르클레지오 씨는 “한국 학생들이 예의바르면서도 밝고 지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며 “세계적으로 문학이 천대받는 시대지만 문학의 진정한 즐거움을 나누며 양국의 문화 교류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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