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前문화부 장관 “세례수 스미자 내 눈물이 터졌다”

  • 입력 2007년 7월 26일 03시 02분


코멘트
이성도, 지성도 영성의 세례를 막지 못했다. 우리 시대의 지성인으로 꼽혀 온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 23일 일본 도쿄에서 세례를 받은 뒤 ‘한일 리더십 포럼’에서 영성을 통한 사랑의 실천을 강연하고 있다. 사진 제공 온누리교회
이성도, 지성도 영성의 세례를 막지 못했다. 우리 시대의 지성인으로 꼽혀 온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 23일 일본 도쿄에서 세례를 받은 뒤 ‘한일 리더십 포럼’에서 영성을 통한 사랑의 실천을 강연하고 있다. 사진 제공 온누리교회
23일 일본 도쿄 프린스 파크타워호텔에서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 무릎을 꿇은 채 서울 온누리교회 하용조 목사에게서 세례를 받고 있다. 사진 제공 온누리교회
23일 일본 도쿄 프린스 파크타워호텔에서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 무릎을 꿇은 채 서울 온누리교회 하용조 목사에게서 세례를 받고 있다. 사진 제공 온누리교회
《“무릎 꿇은 내 모습을 영상으로 보니 충격적이었다. 죄수 같기도 하고…. 지금까지 살면서 아버지, 선생님 앞에서도 꿇어본 적이 없었는데….”

23일 오후 2시 일본 도쿄 프린스 파크타워 호텔에서 서울 온누리교회 하용조 목사에게서 세례를 받은 이어령(73) 전 문화부 장관.

그는 24일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감회를 조금은 낯선 언어로 전달했다.

딸과 손자가 겪었던 시련(본보 4월 12일자 A21면 참조)을 통해 이성과 지성(知性)에서 영성(靈性)으로 가는 문을 열어젖혔지만 그는 여전히 지성과 영성의 문턱을 넘나들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세례를 받고 거듭난다고 하는데 그래서 세례 때 쓰는 물을 양수에 비유한다. 양수가 막 터지려고 하는데 고통스러웠다. 왜 아이가 태어날 때 고통스럽게 소리 지르는지를 알 것 같았다. 그런데 물을 막 부어버리더라고.”

하지만 이 전 장관은 세례를 받는 순간 눈물을 보였다. 세례의식이 시작되고 연극인 윤석화 씨가 찬송가를 독창하는 순간 눈물이 흘렀다고 했다. 베스트셀러 작가로, 교수로, 언론인으로, 우리 시대의 지성인으로, 장관으로 그는 20대 때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왔다. 많은 사람은 최근 그의 딸이 겪은 시련이 드러날 때까지 그가 언제나 양지에 있었던 것으로만 알았다.

“난 딸에게 준 것이 없다. 내 사랑을 받지 못했다. 진짜 지적인 아이였는데 나중에 ‘아빠를 기쁘게 하기 위해 하기 싫은 공부를 열심히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딸에게 ‘네 소원이 뭐냐’고 물었더니 ‘하용조 목사를 만나 달라’고 하더라.”

세례를 받은 그날 저녁, 그는 한국과 일본의 정계 재계 종교계 학계 지도자 1000여 명이 참석한 ‘리더십 포럼’에서 강연을 맡았다. 그는 서로 다른 것을 포용하고 사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일본의 역사,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불후의 명작 ‘최후의 만찬’, 정보기술(IT) 산업 등에 비유하며 현란하게 전달했다.

“솔직히 세례를 받았다는 것은 대학 합격통지서를 받은 것과 같아. 세례를 받았다고 내가 독실한 신자가 된다고 장담할 수는 없는 것이지. 하나님이 계시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악마가 있다는 것은 확실해. 내가 세례를 받으려니까 여기저기 핍박이 많아.”

그는 웃었다. 하 목사는 “앉은뱅이가 일어나는 것만 기적이 아니라 이 선생이 세례를 받은 것도 기적이다. 이 선생이 세례를 받았다는 것은 일본의 지성 사회가 변할 수 있다는 증거다”라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온누리교회가 야심 차게 기획한 도쿄 ‘러브 소나타’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데 큰 힘이 됐다. ‘러브 소나타’는 온누리교회가 ‘선교사의 무덤’으로 불리는 일본 지역 복음화를 위해 준비한 ‘대규모 문화선교 집회’. 일본열도를 몰아친 한류 바람에 복음화의 씨앗을 실어 일본 열도에 날려 보내겠다는 것. 올 3월 오키나와를 시작으로 후쿠오카, 오사카를 거쳐 24일 도쿄 인근 사이타마 현 슈퍼아레나 체육관에서 집회가 열렸다. 올가을에는 삿포로와 센다이에서도 열린다.

이날 체육관에는 온누리교회에서 온 5000여 명의 신자와 1만8000여 명의 일본인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특히 재즈와 클래식, 가수 유승준 공연, 북과 가야금 연주, 연합군무 등 설교를 중심으로 하는 다른 개신교 복음화 집회와는 달리 문화행사가 주류를 이뤘다. 집회는 조승우 한혜진 정려원 신애라 유호정 오연수 주영훈 손지창 씨 등 한국에서 온 크리스천 연예인 22명의 합창에서 절정에 이르렀다.

하 목사는 “하나님께서 일본을 정말 사랑하셔서 우리에게 ‘먼저 손을 내밀라’ 하셨다”며 “진심으로 일본과 화해하기 위해, 협력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피해자라는 이름으로 잘못된 감정을 가진 것을 회개하러 왔다”며 “한국과 일본이 서로 사랑하고 섬기고 하나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장관과 이날 집회를 위해 브리티시오픈이 끝나자마자 비행기를 탄 골프 선수 최경주 씨도 무대에 올라 찬양의 물결에 합류했다.

행사에는 오명 전 과학부총리, 유재건 황우여 이계안 강성종 국회의원, 이정일 안대륜 전 의원, 이용만 전 재무부 장관, 금진호 전 상공부 장관, 김도언 전 검찰총장, 이인희 한솔제지 고문 등 정·관·학·재계인사도 상당수 참석했다.

도쿄=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