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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4월 28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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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만화가가 되고 싶은 후배들에게
가끔 아는 어르신들이 무안해하시며 제게 묻습니다.
“만화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우리 아이가 만화가가 되고 싶다는데.”
제가 어렸을 적만 해도 부모님께 만화가가 되고 싶다고 감히 말할 수 있는 아이는 거의 없었습니다. 어른들이 보시기에 만화는 그저 농땡이, 시간 때우기 정도의 불량한 취미생활로 여겨지던 시절이었으니까요.
만화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 잘 보여 주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못 그린 그림을 보며 무슨 그림을 만화같이 그렸느냐고 스스럼없이 말합니다. 심지어 유치한 소설이나 영화를 보고 만화같다고 비웃기도 하지요. 과연 만화는 저질이고 유치한 것일까요? 실제로 과거엔, 아니 지금도 그런 만화들은 존재합니다. 하지만 어떤 분야나 그렇듯, 예술 작품에는 양질과 저질이 공존하는 법이지요. 특정 장르가 도매금으로 저질 취급을 받는 것은 무척 부당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인식이 최근에는 많이 나아진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무척 산업적인 측면에서 만화를 높이 보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경제적인 가치를 인정받는 것은 물론 중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그 이전에 순수한 동기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읽고 싶은 만화, 보고 싶은 애니메이션을 직접 만들고 싶다는 다소 자위적인 생각이 오히려 중요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물론 좋은 작품을 많이 접하는 것이 좋겠지요. 아마도 개인의 취향에 따라 많이 다를 것입니다. 만화라고 뭉뚱그려 말하곤 하지만 만화에도 여러 가지 스타일과 장르가 있으니까요.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습니다. 만화가가 되기 위해서는 만화가 아닌 다른 문화상품을 많이 즐기라는 것입니다. 다른 장르의 예술 작품을 느끼고 이해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자신도 다른 이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만화와는 그다지 관계없는 책들로 꼽아봤습니다. 아니, 어쩌면 굉장히 깊은 연관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베티 에드워즈의 ‘오른쪽 두뇌로 그림그리기’는 대학 시절 읽은 책입니다. 객관적으로 사물을 볼 수 있게 도와주는 책입니다.
최근에 읽은 다이안 세터필드 ‘열세 번째 이야기’는 신비한 작가와 그의 소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작가의 상상력과 인생을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진주 귀고리 소녀’는 화가 베르메르의 알려지지 않은 부분을 상상력으로 채운 소설입니다. 제임스 미치너의 ‘소설’은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하는 제게 대학 시절 은사님이 소개해 준 소설입니다. 이야기를 통해 창작 과정을 접할 수 있는 귀한 작품입니다.
퍼트리샤 보스워스의 ‘다이앤 아버스’. 제가 좋아하는 사진작가의 전기입니다. 좋아하는 작가의 전기를 읽는 것은 자신의 목표를 세우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럼, 행운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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