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 수출 ‘뚝’ 왜?

  • 입력 2007년 2월 1일 02시 59분


《작년 한국 영화는 총 208편이 2451만 달러에 수출됐다. 이는 전년 대비 68%가 감소한 것. 경악할 만한 수치다. 특히 일본 수출은 82.8%가 줄어들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류’를 타고 세계로 뻗어나가던 한국 영화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급격한 수출 감소의 원인을 세 가지 키워드로 분석했다.》

Disappointment (실망)…한류스타 없는 작품 흥행저조

일본 영화계는 한국 영화의 흥행 성적에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의 ‘대박’ 영화인 ‘괴물’ ‘왕의 남자’ ‘웰컴 투 동막골’이 작년 일본에서 개봉했지만 관객 30만 명을 넘은 영화는 한 편도 없었다. ‘한류 스타로 승부하지 않는 질 높은 한국 영화’에 대한 일본의 반응이라는 점에서 씁쓸한 결과.

2005년 58편, 2006년 21편이 일본에 수출됐지만 흥행 성적은 거의 ‘전멸’ 수준. 지난해 최지우 주연 ‘연리지’의 개봉 주 박스오피스 10위가 그나마 좋은 성적이다. 영화 해외 수출 대행사 씨네클릭아시아 지상은 팀장은 “한류 스타 팬 이외의 관객층을 확보하지 못했고 영화의 주요 관객인 20, 30대에게 한국 영화는 한류 팬인 ‘아줌마 부대’를 위한 영화라는 선입견이 커졌다”고 풀이했다.

여태까지 흥행한 영화는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외출’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등 한류스타가 나오는 멜로 몇 편뿐. 이들이 성공하면서 일본 배급사들끼리 경쟁이 붙었고 한국 영화사 측도 가격을 높게 부르면서 수출가는 급등했다. 작년에 ‘야수’는 360만 달러, ‘그해 여름’은 400만 달러에 수출됐다.

Difference (차이)…홍보보다 스타 의존 적응실패

일본은 한 영화의 홍보 기간이 보통 6개월 이상. 그러나 한국 영화의 경우 한국에서의 마케팅 포인트를 그대로 가져가거나 한류 스타에게만 의존해 준비가 부족했다.

영화진흥위원회 김미현 정책연구팀장은 “한국에서는 개봉 규모가 중요하지만 일본에서는 아직 한국 영화의 인지도가 높지 않아 적은 수의 스크린으로 가면서 입소문을 노려야 하는데 한류 붐을 타고 일본 대형 배급사가 배급을 맡고 스크린 수를 너무 많이 잡으면서 비용만큼 결과가 안 나왔다”고 말했다. ‘괴물’과 ‘태풍’은 약 250개, ‘야수’와 ‘웰컴 투 동막골’도 150개 스크린에서 개봉했다. 일본에서는 상당히 큰 규모.

영화와 관련한 수입이 대부분 극장에서 발생하는 한국과는 달리 일본은 극장 수입은 30∼40%이며 영화 관련 캐릭터 사업이나 화보집, DVD 등 부가 판권 시장이 발달해 있다. 이와 관련된 복잡한 계약에 익숙지 않은 것도 큰 문제로 지적된다. 한 관계자는 “배우의 홍보활동이나 초상권을 사용한 부가 판권 문제와 관련해 일본 배급사와 한국 매니지먼트사 간에 마찰이 잦다”고 말했다.

Diversity (다양성)…작가주의 신인감독 절대부족

감독의 이름값을 중요시하는 유럽 시장에는 그동안 작가주의 감독의 영화가 많이 수출됐다.

프랑스의 경우 2005년 11편이 개봉됐는데 김기덕 감독의 영화 ‘수취인 불명’ ‘빈집’ ‘활’ 등 세 편이 모두 비슷한 시기에 개봉돼 출혈 경쟁이 빚어지기도 했다.

독일 이탈리아 영국에서는 아직도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 프랑스에서는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이 한국 영화 최고 흥행작.

그러나 최근 한국 영화는 변화하는 예술 영화 시장의 흐름을 타지 못했다.

아시아 영화에 쏟아지던 관심이 동유럽으로 옮겨가는 경향이 있는 데다 2006년에는 큰 국제영화제에서의 수상 소식도 없었다.

영진위 김현정 연구원은 “해외에서는 김기덕 홍상수 박찬욱 김지운 등의 뒤를 잇는 차세대 작가주의 감독의 필요성을 말한다”며 “한국 영화 내부에서 제기되는 영화의 다양성 문제는 결국 수출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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