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반전의 핵펀치’…심리추리극 ‘수수께끼 변주곡’

  • 입력 2007년 1월 17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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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2인극 ‘수수께끼 변주곡’. 프랑스에서는 알랭 들롱이 작가 역으로 출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사진 제공 산울림
반전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2인극 ‘수수께끼 변주곡’. 프랑스에서는 알랭 들롱이 작가 역으로 출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사진 제공 산울림
“엘가의 수수께끼 변주곡. 사람들이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멜로디에 대한 변주곡이죠. 작곡가 엘가는 이 음악의 주제가 익히 알려진 곡이라고 주장했지만, 결코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모습이 드러나는 듯싶다가 사라져 버려 사람들이 추측만 하는 숨겨진 멜로디….”

산울림 소극장에서 공연 중인 연극 ‘수수께끼 변주곡’(에리크 에마뉘엘 슈미트 작·김광보 연출)은 소극장 연극의 묘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수작이다.

사랑에 대한 통찰은 지적이되 결코 어렵지 않고, 매끄럽게 번역된 촌철살인의 대사들은 곱씹어보는 맛이 있다. 세 번의 반전이 숨겨진 탄탄한 플롯은 관객이 잠시도 긴장을 풀지 못하도록 단단히 붙들어 둔다.

외딴섬에 은둔해 사는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주노르코(홍원기)를 라르슨(오재균)이라는 신문기자가 인터뷰하기 위해 찾아온다. 아니, 사실은 그동안 인터뷰를 일절 거부해 온 작가가 이례적으로 시골마을 지방지 기자인 그를 불러들인 거다. 왜 하필 그였을까?

기자는 작가가 쓴, 사랑하는 두 남녀가 15년간 주고받은 편지글 형식의 소설에 대해 집요하게 캐묻는다. “이건 소설이 아니라 당신의 실제 이야기죠?”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와 기자는 불꽃 튀는 대화를 주고받으며 한 여자를 놓고 집요하게 ‘진실게임’을 벌인다. 위악적인 작가는 온갖 독설로 진실을 캐는 기자에게 ‘잽’을 날리며 코너로 몰아세운다. 그러나 어느 순간 기자는 자신의 정체를 밝히며 강력한 첫 번째 반전의 ‘펀치’를 작가에게(그리고 관객에게) 날린다.

심리극과 추리극을 섞어 놓은 듯한 이 연극은 항상 관객보다 한 발짝 빠르다. 하나의 진실이 밝혀지면 또 다른 반전이 뒤따른다. 사랑의 환상에 대해, 진정한 사랑에 대해, 사랑하는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드는 작품. 작품의 제목은 사랑에 대한 은유다.

대사를 얼마나 매끄럽게 소화하느냐가 그날그날 작품의 완성도를 좌우할 만큼 대사량이 방대하고 두 배우가 주고받는 대사의 호흡이 중요한 2인극. 2월 11일까지. 02-334-5915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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