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고통의 쇼’에 열광하는 현대인… ‘황산’

  • 입력 2006년 12월 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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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산/아멜리 노통브 지음·이사해 옮김/207쪽·8500원·문학세계사

아무나 붙잡아 수용소 체험을 하게 하는 리얼리티쇼?

온통 리얼리티쇼들이 유행하니 이런 설정이 못 나올 이유가 없다. 아멜리 노통브(39) 씨의 장편 ‘황산(黃酸)’의 소재이기도 하다. 노통브 씨는 워낙 발상이 기발해 국내에도 마니아층이 탄탄한 프랑스 작가다.

‘황산’은 방송사에서 나치 수용소를 재현해 놓고 길 가는 사람을 잡아 가둬 둔다는 내용이다. 문제는, 수용소야 짝퉁이지만 고통 체험은 진짜라는 것. 가짜 포로들이 진짜로 폭행을 당하고 밥을 굶는 동안 시청률은 치솟는다.

작가는 “타인의 고통만으로 더는 충분치 못한 순간이 왔다. 그들에겐 고통의 쇼가 필요했다”고 첫머리에 쓴 뒤, 이 잔혹한 이야기를 천연덕스럽게 들려준다. 가장 문명화한 것처럼 보이는 현대사회가 가장 야만적일 수 있다는 메시지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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