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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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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11시 성공회대에서 열리는 학술심포지엄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의 복합적 갈등과 위기: 한국/아시아의 정치적 독점, 변형인가 해체인가’는 이에 대한 진보학계의 새로운 전략적 모색의 일단을 보여 준다.
성공회대 민주주의와 사회운동연구소(소장 조희연) 주최로 11편의 논문이 발표되는 이번 심포지엄의 키워드는 ‘독재 개념의 확대’. 총론을 맡은 조희연(사회학) 성공회대 교수는 “독재체제를 단순히 정치적 억압체제가 아니라 ‘정치적 독점+경제적·사회적 독점’의 독특한 결합체제로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른 발표문들 또한 아시아의 민주화 국가에서 독재정치의 해체 이후 발생한 위기의 본질이 정치 독점은 해소했지만 사회·경제적 독점 상황을 해소하지 못한 데 있다는 문제 의식을 담고 있다.
박윤철(사회학) 호서대 교수는 ‘대만 민주주의의 딜레마’라는 발표문에서 “대만사회는 폭압적 정치체제를 극복하고, 상당한 수준의 절차적 민주제도를 확립했으나 기존의 정치사회적 독점구조가 깨지지 않은 채 그 내부에서 투쟁과 재조정의 변형에 머물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승우(사회학) 영남대 교수는 “필리핀은 제도적·절차적 민주주의를 확보했지만 과두지배 엘리트들과 유력 정치가문의 정치적 독점구조가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시아 민주화국가에 대한 비교연구는 결국 민주화 이후 현재 한국사회의 위기가 ‘민주주의의 과잉’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미완성’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
이는 진보진영이 민주화 이후 흔들리는 전열을 정비하기 위해 과거 효과적 투쟁 대상이던 독재를 정치적 범주에서 사회경제적 분야로 확장하기 위한 전략적 대응으로 보인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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