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서른에 연기생활 26년 ‘중견’… 제대후 컴백 이민우

  • 입력 2006년 6월 22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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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이민우(30)가 만 26년 연기생활을 하는 동안 사람들은 그에게서 ‘듬직한 청년’의 이미지를 읽었다. ‘용의 눈물’ ‘무인시대’에서는 그의 무게감에 놀랐고 ‘카이스트’ ‘뉴논스톱’ 등에서는 ‘동아리 회장’이나 ‘믿음직한 친구’로 통했다. 10대들은 그를 ‘재미없는 형’이라 부를지 모르지만 중장년층은 ‘맏사윗감’이라며 그를 반긴다.

제대 후 첫 작품인 KBS 일일드라마 ‘열아홉 순정’(월∼금 밤 8시 25분)에서 그는 건실하고 착한 청년 홍우경 역으로 출연한다. 어느덧 30대, 눈가에 주름도 몇 개 생겼지만 ‘모범생’ 유전자는 어쩔 수 없나 보다. 모범답안이 담긴 ‘민우 전과’ 같은 인터뷰가 이어졌다.

○ 제1장… 제대, 그리고 30

“2년 6개월 만에 촬영장에 가보니 스태프나 연기자 중 동생이 많아졌더라고요. 오랜만에 연기를 해 보니 식은땀 나고 정신도 없고요. 예전엔 밤을 새워도 끄떡없었는데 지금은 야외 촬영을 조금만 해도 피곤하더군요.”

‘아역 탤런트 이민우’에 대한 기억은 아직도 뚜렷하지만 그도 이제 30대에 접어들었다. “나이 먹은 것을 실감하는가”라는 질문에 갓 제대한 군인다운 답변이 돌아왔다.

“다른 건 몰라도 소위 ‘다, 나, 까’라고 하는 군인 말투를 빨리 고치고 싶었어요. 제대 후 한 달 동안 노력해도 잘 안 되더군요. 그래서 군대 간부들께 전화 걸어서 ‘중대장님, 인사드려요!’라고 겁 없이 ‘요’를 썼는데 그게 효과가 있더군요.”

○ 제2장… ‘열아홉 순정’, 그리고 홍우경

‘열아홉 순정’은 옌볜 처녀 양국화(구혜선)의 서울 생활을 담은 드라마. 국화는 결혼하기로 한 우경의 삼촌이 사고로 세상을 떠나자 홀로 남는다. 우경은 그런 국화를 ‘키다리 아저씨’처럼 보살펴 준다. 불륜 관계, 출생의 비밀 등 자극적인 소재도 없이, 월드컵 기간임에도 평균 20%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듬직하고 건실한 우경을 보며 시청자들은 “이민우가 딱이다”라는 반응을 보인다.

“우경이는 ‘도예공’ 같은 인물이에요. 10대들이 보면 ‘왜 저렇게 느리게 살지’라고 웃을지 모르지만 근면하고 우직한 사람이라 마음에 들어요. 저요? 우경이랑 별로 다를 바 없지만 시간이나 일에 있어선 좀 급한 성격이에요.”

철없고 버릇없는 ‘명품족’ 박윤정(이윤지)도 그의 상대로 나온다. 그에겐 외계인 같은 존재인데 마주칠수록 ‘미운 정’이 드는 상황이다. 실제라면 윤정이 같은 여성을 어떻게 생각할까? 답은 “세상을 너무 몰라서 별로”란다. “악녀가 아니라서 미운 정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라며 웃었다.

○ 제3장… 연기론(論), 그리고 디지로그

26년 베테랑 연기자답게 그는 요즘 드라마에 대한 얘기도 잊지 않았다.

“드라마의 진행 속도가 빨라진 것 같아요. 전체적으로 자극적인 드라마들이 많아진 느낌이 들어요. 하지만 전 따뜻한 드라마가 좋더라고요. 호흡이 느려도 보고 나면 기분 좋아지는…. 우경이 같은 사람들이 많이 나오는 드라마가 좋아요.”

그래도 1분 1초가 아깝다는 디지털 시대에 ‘모범생’ 이미지는 지루해 보이지 않을까 걱정도 됐다. “헤헤” 웃으며 모범생 답안을 내놓는 그.

“다들 바쁘게 생활하는데 저 같은 ‘디지로그’적인 사람 한 명 있는 것도 나쁠 건 없잖아요. 듬직한 우경이처럼요.”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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