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년만의 프러포즈…“입춘 두번 행운의 쌍춘년에 결혼”

  • 입력 2006년 4월 20일 03시 06분


코멘트
영화 속 주인공처럼 19일 서울 뚝섬유원지 위너스마리나 선상카페에서 권수영 씨(왼쪽)가 임윤주 씨에게 꽃다발을 건네고 있다. 결혼을 앞두고 이벤트성 프러포즈가 결혼 전 행사로 유행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영화 속 주인공처럼 19일 서울 뚝섬유원지 위너스마리나 선상카페에서 권수영 씨(왼쪽)가 임윤주 씨에게 꽃다발을 건네고 있다. 결혼을 앞두고 이벤트성 프러포즈가 결혼 전 행사로 유행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18일 오후 8시 서울 뚝섬유원지 위너스마리나 선상카페 1층. 카페 문이 열리면서 결혼식의 단골 축가인 ‘신부에게’가 흘러나왔다. 카페 안은 수백 송이의 장미로 꾸며졌다. 드라이아이스의 하얀 연기와 분홍빛 조명은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번 주말 결혼할 예비신랑 권수영(30) 씨는 예비신부 임윤주(27) 씨를 데리고 나와 사랑의 편지를 읽었다.

“나를 믿고 결혼을 결정해 준 것이 고맙고, 천국에 가서도 함께하자.”

임 씨는 권 씨와 눈을 맞추지 못한 채 눈물을 흘렸다.

권 씨는 “결혼 날짜를 잡았지만 결혼하기 전에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어 깜짝 프러포즈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올해는 200년 만에 한 번 돌아온다는 쌍춘년(雙春年). 음력으로 입춘이 두 번 겹친 ‘쌍춘년’에 결혼하면 길(吉)하다는 믿음 때문인지 결혼식을 올리려는 커플이 급증하고 있다. 결혼을 앞당긴 예비부부들로 이미 주요 예식장은 초만원이다. 결혼을 앞둔 이들의 다양한 프러포즈는 당연한 행사처럼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11월까지 예식장 예약 거의 끝나=주요 예식장과 유명한 호텔은 11월까지 주말 결혼식 예약이 대부분 끝났다. 서울 I호텔의 결혼식 건수는 지난해 1분기(1∼3월) 28건에서 올해 1분기 43건으로 크게 늘었다. 또 지난해 2분기(4∼6월)에는 63건이었지만 올해 2분기 들어 벌써 61건을 넘었다. 결혼컨설팅사인 ‘듀오웨드’의 경우 지난해 1분기에 비해 상담 고객이 40%, 성사 건수가 20% 정도 늘었다.

예비신랑들은 결혼을 앞두고 차별화된 프러포즈를 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일가친척이 모두 모여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정형화된 결혼식이 아닌 프러포즈를 예비신부들도 은근히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프러포즈는 남자의 청혼을 의미했으나 요즘은 결혼 날짜를 잡은 뒤 ‘사랑’을 확약하는 특별행사를 의미한다.

한 프러포즈 대행업체의 대표 유동후 씨는 “2000년부터 영화 등의 영향으로 이벤트성 프러포즈가 성행하기 시작했다”면서 “카페나 극장을 빌린 뒤 엑스트라를 동원해 연예인의 프러포즈를 재연하고 싶다는 요청이 가장 많다”고 말했다.

‘영화재연형’이 아닌 ‘고전형’이나 ‘독불장군형’ 프러포즈도 있다.

▽‘경건’에서 ‘축제’로=요즘 프러포즈는 모두가 함께 즐기는 축제와 카니발 형식이 되고 있다. 친구나 동료들이 보는 앞에서 남들과 다른 것을 보여 줘 참석자들을 즐겁게 하겠다는 것이다.

문화평론가 김헌식(32) 씨는 “권위와 이념주의에서 벗어난 대중문화의 영향과 월드컵을 거치며 무엇이든 축제 성격이나 재미를 더하려는 ‘유쾌상쾌통쾌 코드’ 때문에 프러포즈와 결혼도 ‘경건 모드’에서 축제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많은 비용이 드는 프러포즈는 당사자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결혼의 본래 의미를 퇴색시킨다는 우려도 있다.

이화여대 사회학과 함인희(咸仁姬) 교수는 “젊은 세대가 결혼의 의미를 스스로 찾아 나서면서 이벤트 만들기에 집착하는 것 같다”면서 “형식에만 몰입한다면 자칫 본래의 의미는 상실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