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868년 美하원 존슨대통령 탄핵결의

  • 입력 2006년 2월 24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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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8년 2월 24일, 미국 하원은 제17대 대통령 앤드루 존슨에 대한 탄핵결의안을 압도적으로 채택했다.

탄핵 발의 이유는 ‘의회의 동의를 얻어 임명된 공무원은 의회의 동의 없이 대통령이 파면할 수 없다’는 ‘공무원 재직에 관한 법률’을 존슨이 위배했다는 것. 그러나 이면에는 존슨이 남북전쟁에서 패배한 남부의 여러 주를 ‘피정복주’로 관리하자는 공화당 과격파의 의견을 거부하고 적극적으로 남부의 권리를 옹호한 데 대한 감정이 깔려 있었다.

탄핵안은 상원에서도 당연히 가결될 상황이었다. 상원의원 54명 중 반대 의견인 민주당 소속은 12명에 불과했고 나머지 42명은 공화당 소속이었기 때문. 공화당 의원 중 6명은 반대였지만 나머지 36명만 해도 딱 의결 정족수(재적 의원의 3분의 2)가 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투표 직전에 상황이 일변했다. 에드먼드 로스라는 공화당 내 젊은 과격파 의원이 돌연 ‘의견 보류’를 밝혔기 때문이다. 로스가 반대표를 던지면 탄핵은 물거품이 된다. 로스에게는 동료 의원은 물론 지역구인 캔자스의 주민과 북부의 전 언론으로부터 비난이 쏟아졌다. 심지어 암살 위협까지 있었다.

로스는 지역구 주민 1000여 명이 보낸 탄핵 찬성 촉구 편지에 대해 이렇게 답신했다.

“나는 헌법과 법률에 따라 공정한 결정을 내리겠다고 선서했습니다. 그리고 나는 국가의 최고 선(善)을 위해 내 판단에 따라 투표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믿습니다.”

탄핵 투표일에 로스가 의견을 밝힐 차례가 됐을 때 긴장감이 회의장을 휘감았다. 이미 공화당 소속의 24명은 ‘대통령 유죄’ 투표를 했고 11명도 ‘유죄’ 쪽에 투표할 사람이었다. 로스만 찬성하면 의결 정족수에 필요한 36표를 얻게 된다.

그러나 로스가 ‘무죄’를 선언함으로써 탄핵안의 상원 통과는 무산됐다.

로스는 양심에 따라 투표했지만 존슨이 그만한 가치가 있느냐는 물음에는 의견이 분분하다. 최근 미국의 한 학술대회에선 존슨이 역대 미국 대통령 중 두 번째로 나쁜 실책을 한 인물로 꼽혔다.

남북전쟁 후 노예에서 해방된 흑인들의 권익 보호 요구를 무시함으로써 사회 갈등의 불씨를 키웠다는 이유다. 오하이오 주립대의 마이클 리베네딕트 교수는 “존슨의 과오 탓에 현대에 사는 우리까지 계속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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