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ign&디자이너]<14>그림책 일러스트레이터 김동성 씨

  • 입력 2006년 2월 10일 03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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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어린이 그림책 출판사들은 최근 일러스트레이션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소비자의 안목이 높아지면서 한권 한권에 정성을 들인 책만이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외판원을 통한 전집 판매 방식이 낱권 판매로 바뀌면서 일러스트레이션은 그림책의 수준과 사활을 좌우하는 변수로 부각되고 있다. 이런 변화는 국내에서 탁월한 일러스트레이터들을 낳은 동력으로 작용했다. 류재수 이억배 권윤덕 씨 등이 변화의 바람을 주도했고, 김동성(36·사진) 씨는 그 뒤를 잇는 주목받는 작가로 손꼽히고 있다.》

○‘엄마마중’으로 작품성과 상업성 인정받아

김동성 씨는 1998년 ‘삼촌과 함께 자전거 여행’으로 데뷔한 뒤 여러 편의 그림책을 만들었다. 그는 탄탄한 그림 솜씨와 한국적 색채가 강한 화풍을 선보여 왔다.

첫 히트작은 2004년 ‘엄마마중’. 이 작품은 일제강점기 활동했던 소설가 이태준의 동화를 그림책으로 옮긴 것이다. 추워서 코가 새빨개진 아기가 정류장에서 엄마를 기다린다. 첫 번째 전차에 이어 두 번째, 세 번째 전차가 지나갔는데도 엄마는 오지 않는다. 아이는 그래도 꼼짝 않고 하염없이 엄마를 기다린다는 내용이다.

내용은 원고지 2장 정도 분량으로 단순하지만 이 그림책은 일러스트레이터의 상상력과 완성도 높은 그림 덕분에 서정적인 단편 영화를 보는 듯 극적이다. 그는 글에서 볼 수 없는 아이의 차림새와 표정, 몸짓,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그려내 원작의 정서와 주인공의 간절한 마음을 더욱 절절하게 표현했다.

이 책은 나오자마자 독자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으며 그해의 한국백상출판문화상을 수상했다.

○한국적 그림의 미학을 전달

‘엄마마중’이 히트한 데는 일러스트레이터의 독특한 해석과 더불어 한국적 색채가 짙은 그림 스타일도 한몫했다. 그는 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다.

그는 당초 그림책 작가가 되고자 했던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우연한 기회에 출판사의 그림책을 작업했던 경험이 일러스트레이터의 길로 접어드는 계기가 됐다.

그는 특히 수묵채색화 기법으로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해외 작가의 번역서가 많은 한국 그림책 출판에서 그를 통해 우리 전통이 진화하고 있다는 점은 반가운 일이다. 아이들이 한국의 그림 문화와 정서를 미술관이라는 한정된 공간이 아닌 대중적인 그림책을 통해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출간된 안데르센 원작의 ‘나이팅게일’에서도 그는 한국적 화풍을 통해 이 동화의 동양적 정서를 잘 표현했다. 안데르센 동화 중 ‘나이팅게일’은 유일하게 동양(중국)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그는 특히 이 책에서 판타지를 연상시키는 도발적인 색채 활용을 시도했다.

○글에 없는 그 무엇을 창조하다

순수미술을 전공한 그는 “그림의 소통이 반드시 전시를 통해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다”며 “출판을 통한 그림은 많은 대중과 만날 수 있어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출판미술에는 제약이 있다.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범위에서 상상력을 발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좋은 그림을 보고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미술가들이 출판계로 진출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출판계가 그에게 남다른 기대를 걸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는 요즘 작고한 동화작가 임길택 선생의 단편소설을 그림책으로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사람들이 글만 읽을 때 갖는 막연한 상상에 그림을 함께 보여줌으로써 재미와 감동을 더해주는 게 나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글=김 신 월간 ‘디자인’ 편집장 kshin@design.co.kr

사진제공 디자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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