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선물이 꼭 필요한 날

  • 입력 2005년 12월 17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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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이 꼭 필요한 날/천즈위안 글 그림·김현좌 옮김/40쪽·7500원·베틀북(4∼7세)

이 책은 꼭 두 번 읽어야 한다. 한 번은 그냥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또 한 번은 첫 장부터 그림들을 꼼꼼하게 살펴보면서.

젊은 대만 작가가 쓰고 그린 이 그림책은 참 따뜻하다.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에 선정되기도 했던 저자의 그림은 따뜻한 색감과 캐릭터들의 부드럽고 밝은 표정이 돋보인다. 연말에 아이에게 읽어 주면 좋을 그림책.

곰 네 가족에게 올 한 해는 힘든 해였다. 아빠 곰의 사업은 잘 풀리지 않았고 새 직장을 구하는 일도 여의치 않다. 며칠 후면 크리스마스. “선물이 꼭 필요한 날이죠.”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 줄 수 없는 아빠와 엄마의 마음은 무겁다. 그래도 엄마는 막내의 작아진 낡은 옷으로 유리창에 붙일 크리스마스 장식을 만들고, 아빠는 나뭇가지를 주워 그럭저럭 크리스마스트리도 만든다. 하지만 크리스마스트리 밑에 놓을 선물을 살 돈은 여전히 없다.

마침내 크리스마스이브. 잠자리에 든 막내는 아빠에게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들려 달라고 조른 뒤 말한다. “산타할아버지는 해마다 선물을 주셨어요. 그러니까 올해도 꼭 오실 거예요.”

여기까지 읽으면 아이들은 ‘과연 막내 곰은 선물을 받을 수 있을까’를 궁금해 하고, 그림책을 읽어 주던 부모는 ‘당연히 트리 밑에 선물이 있겠지(아이들 책인데!)’라고 생각한다.

크리스마스 아침. ‘과연’ 트리 밑에는 다섯 개의 선물 상자가 놓여 있다. 형에게는 나뭇가지에 걸려 발만 동동 구르던 연이, 누나에게는 공원에서 그네 타고 놀다가 깜박 잊고 온 꽃무늬 우산이, 엄마에게는 마룻바닥 틈새로 떨어져서 찾을 수 없었던 작은 옷 단추가, 아빠에게는 나뭇가지를 주우러 갔을 때 바람에 날려갔던 모자가, 그리고 막내에게는 늘 끼고 다니던 야구장갑이 각각의 상자에 담겨 있다.

늘 새것만 혹은 화려한 것만 좋아하는 아이를 둔 부모라면, 이 책에 나오는 낡았지만 특별한 선물들을 빌려 ‘정말 소중한 선물은 상대방이 필요한 것을 늘 눈여겨볼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이라는 것을 일러 줄 수 있겠다.

아빠와 엄마의 사랑에 마음이 뭉클해지며 책을 한 장 넘기는 순간, 유쾌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과연 선물을 갖다 놓은 사람은 누구였을까?

다시 첫 장으로 돌아가 그림을 꼼꼼히 들여다보자. 쪽마다 하나씩 담겨 있는 ‘힌트’들을 발견하고 미소 짓게 된다. 각각의 선물을 준비하는 막내 꼬마 곰의 귀여운 모습을 아이와 마치 숨은 그림 찾듯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첫 장을 놓치지 말 것.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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