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자비]행복한 삶의 지름길, 작은 사랑

  • 입력 2005년 12월 2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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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성당이나 이름을 정할 때 동네 이름을 따서 짓기 마련인데 내가 지금 소임을 맡고 있는 성당은 이름이 특이하다. ‘소화성당’, 소화(小花)란 말 그대로 작은 꽃을 의미한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교우들이 자주 검은 봉지를 하나씩 들고 오는 모습을 보았다. 때로는 사제관에도 하나씩 걸려 있는 것을 보고서야 정체를 알았다. 사과 한 알, 삶은 고구마 두 개, 더러는 생선 한 도막까지…. 작은 꽃이라는 이름만큼 정겹고 사랑이 많은 이웃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도심 속의 시골성당이다.

원래 소화라는 이름은 프랑스 리지외에 살았던 수도자 데레사(1873∼1897)의 삶에서 비롯되었다. 열다섯 살의 나이에 ‘기도하고 일하며’ 희생과 절제의 삶을 통해 자신을 봉헌하는 가르멜 수도회에 입회해 9년 동안 짧은 삶을 살았던 수도자다. 생전의 기록을 보면 눈길을 끌 만한 모습이라고는 찾기 어려운 그를 돋보이게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작으면서도 아름다운 참사랑의 길을 보여 준 생애였을 것이다.

수도회에 입회한 그에게 가장 소중한 일은 사랑이었다. 그리고 그 사랑을 실천하는 가장 어려우면서도 단순한 길은 스스로 낮아지고 작은 사랑을 행하는 데 있음을 발견했다. 이를테면, 차가운 겨울에도 난방을 하지 않은 채 살아가는 절제되고 소박한 생활을 기쁘게 받아들이며, 동료들이 잊고 지나친 일을 대신 하기도 했다. 9년의 수도원 삶 가운데 절반을 결핵으로 앓아야 했지만 그 고통 가운데서도 작은 사랑의 길을 걸었다.

현대인들은 예전의 어느 시대보다도 더 놀랍고 위대한 일들을 많이 해내고 있으므로 어쩌면 이런 작은 일상의 노력들이 하찮게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작은 사랑의 길이야말로 오늘날 소비와 물질만능주의에 가장 필요한 처방약이 아닐까. 소박하고 절제된 생활, 격려와 칭찬, 겸손과 신뢰와 같은 작은 사랑의 길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작은 꽃들이 눈에 잘 띄지 않는 것처럼, 가볍고 기쁜 마음으로 행할 줄 아는 이런 작은 사랑의 길이 차갑고 쓸쓸해지는 요즘 우리의 삶을 넉넉하고 행복하게 해 준다.

田旣)도 각기 적지 않은 군사와 더불어 우

이성구 대구 소화성당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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