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it Japan!]섬600여개 수놓인‘일본의 지중해’…히로시마 현

  • 입력 2005년 11월 2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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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 현 서남쪽의 섬 미야지마 해안에 세워진 이쓰쿠시마 신사. 수면에서 보면 마치 바다에 떠있는 것처럼 보인다. 일본 3경 가운데 하나. 사진 제공 히로시마 현
히로시마 현 서남쪽의 섬 미야지마 해안에 세워진 이쓰쿠시마 신사. 수면에서 보면 마치 바다에 떠있는 것처럼 보인다. 일본 3경 가운데 하나. 사진 제공 히로시마 현
한국에 다도해가 있다면 일본에는 세토나이카이(瀨戶內海)가 있다. 이 세토나이카이는 크게 4개의 섬으로 이뤄진 일본 열도의 본섬 혼슈와 그 아래 남쪽으로 이웃한 시코쿠, 이 두 섬 사이에 갇히듯 자리 잡은 좁은 바다다. 수면적은 남한의 10분의 1 정도인데 여기에 무려 600여 개나 되는 크고 작은 섬이 포진해 있다.

수심이 얕은(20∼70m) 이 바다는 ‘일본의 지중해’라 불릴 만큼 오가는 뱃길이 복잡하게 얽힌 교통의 요로. 중국과 한국으로부터 수입되는 대륙의 문물은 물론 일본 각 지방의 물자가 이 바다를 통해 오갔다. 부산을 출발해 쓰시마를 경유한 조선통신사 역시 이 세토나이카이로 오갔다.

혼슈에서도 세토나이카이를 낀 서쪽지방을 일본에서는 ‘주고쿠(中國)’라고 부른다. 대륙의 중국이 아니라 과거 봉건시대에 규슈와 혼슈 동편의 간토(관동) 같은 대국 사이에 있다 해서 그리 불렀다. 히로시마는 이 주고쿠의 중심 항. 주고쿠 지방은 야마구치(서쪽) 히로시마(가운데) 오카야마(동쪽) 돗토리(북쪽), 네 현으로 구성됐다.

○ 원폭 희생 군사도시서 국제평화도시로

올해로 피폭 60주년을 맞은 히로시마의 원폭 돔에서 평화를 기원하는 이벤트가 펼쳐지고 있다. 시내 평화기념공원에 있는 이 건물은 피폭 당시 모습 그대로 보존돼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히로시마. 원폭의 첫 희생지로 가장 먼저 기억되는 이곳. 일본의 하고 많은 도시 가운데 왜 히로시마가 첫 원폭의 목표가 됐을까. 이유는 역사 속에서 찾을 수 있다. 16세기에 번성하기 시작한 이곳은 청일전쟁 승리 후 군사도시로 발전하고 이후 연안에는 마쓰다(자동차회사), 미쓰비시 중공업 등 많은 공장이 들어선다. 일제는 태평양전쟁을 도발하며 이곳을 무기제조창으로 삼는다.

1945년 8월 6일. 9000m 상공의 폭격기에서 투하돼 히로시마 도심 위 550m 공중에서 폭발한 원자폭탄 ‘리틀 보이’. 도시는 일순간에 쑥밭이 되고 시민 16만 명이 희생됐다. 이어진 나가사키 공습으로 일본은 항복했고 전쟁은 끝났다.

그로부터 60년 후. 그 아픔을 딛고 다시 태어난 히로시마는 핵무기로부터 인류 구원을 갈망하는 국제평화도시로 그 모습이 바뀌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히로시마에 가면 ‘원폭 돔’부터 찾는다. 국제평화도시 히로시마의 심벌이 된 이 잔해는 당시의 엄청난 폭발에도 불구하고 그 형체를 유지한 건물. 철골이 드러난 돔과 반파된 외벽은 피폭의 참상과 아울러 전쟁의 죄업, 평화의 존귀함을 침묵으로 웅변한다. 그래서 유네스코는 이 잔해를 세계유산으로 등록했다. 원폭 돔 앞을 흐르는 오타 강의 섬에는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이 있다.

히로시마=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원폭돔… 원시림 케이블카… 크루즈 투어… ▼

‘일본 3경’이라 하면 교토의 아마노하시다테, 미야기 현의 마쓰시마(섬), 그리고 히로시마 현의 이쓰쿠시마 신사를 든다.

동해 바닷가의 아마노하시다테는 불교사찰(지온사)과 신사(고노)를 이어 주는 소나무 8000그루로 뒤덮인 아름다운 숲길. 바다와 더불어 빚어내는 숲 풍경이 아름답다.

태평양변의 마쓰시마는 점점이 섬으로 장식된 다도해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소나무 무성한 바위섬 풍광으로 시선을 붙든다.

그리고 이쓰쿠시마 신사는 밀물 때 바다 위에 두둥실 떠있는 듯 보이는 아름다운 수상 신사가 신사 앞 바다 한복판에 서 있는 빨간 도리이(불교사찰의 일주문처럼 보이는 나무문으로 신사의 상징)와 빚어내는 풍광이 압권. 이 신사는 유네스코로부터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이쓰쿠시마 신사가 있는 곳은 히로시마 만(히로시마 시 서남쪽) 연안의 ‘미야지마’라는 섬. 섬에는 숲 공원과 또 다른 신사, 수족관 등도 있어 하루 여행코스로 좋다.

특히 이 섬을 이룬 산 ‘미센(彌山)’은 원시림(천연기념물)으로 이름난 곳. 로프웨이(케이블카)로 산정(해발 530m)을 오르는 동안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산과 숲, 이쓰쿠시마 신사의 멋진 풍광을 즐길 수 있다.

히로시마 시내에서는 히로시마 성을 찾아보자.

원폭 때 붕괴된 것을 복원(1958년)한 이 성은 봉건시대에 세토나이카이 해상을 장악했던 막강한 히로시마 번의 힘을 엿보게 하는 멋진 성이다. 근방의 아름다운 정원 슈케이엔(宿景園)은 이곳 성주였던 아사노 가문의 별장지다. 중국 항저우의 경승지 시후(西湖)를 본떠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성 옆의 ‘히로시마 미술관’도 들러보자. 전후 부흥기에 문화도시를 표방한 히로시마 시가 건립한 것으로 마네, 모네, 르누아르, 고흐, 피카소 등 거장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근처의 ‘어린이 문화과학관’은 일본 최대 규모와 시설의 천문과학관. 입체음향과 더불어 펼쳐지는 별들의 세계를 관람할 수 있다. 히로시마 현대미술관도 있다.

세토나이카이의 바다 풍경을 보려면 정기 관광선 투어(3월 1일∼11월 30일 운항)가, 히로시마 만을 보려면 베이 디너 크루즈(오후 6시 45분∼9시 10분)가 좋다.

히로시마 도심을 관통하는 강에서는 ‘리버 크루즈’(평일 6편·1400엔)도 운항 중.

◆ 여행정보

▽찾아가기 △히로시마: 아시아나항공이 주 7회(매일) 운항(오후 5시 50분 출발). 1시간 25분 소요(495km). △미야지마: 히로시마 역에서 JR열차로 30분 소요(미야지마구치 역 하차).

▽인터넷 △일본국제관광진흥회:www.welcometojapan.or.kr(한글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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