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ign&디자이너]<3>정보디자이너 박효신 교수

  • 입력 2005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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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외관을 가진 자동차와 전자 제품, 우아한 가구나 화려한 패션만이 디자인의 영역이 아니다. 주변에 널려 있지만 눈에 띄지 않아 거의 주목받지 못하는 디자인 분야가 있다. 바로 ‘정보 디자인(Information Design)’이다.

박효신(48·연세대 영상대학원 교수·사진) ‘아메바 디자인’ 고문은 정보 디자인 분야 중 UI(User Interface·사용자가 전자 기기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설계)와 GUI(Graphical User Interface·사용자가 그래픽을 통해 전자 기기와 정보를 교환하는 작업 환경)의 프런티어 중 한 사람이다.》

○ UI는 디지털 사회의 가이드

박 교수가 디자인 디렉터로 있는 아메바는 정보 디자인 전문 회사다. 아메바는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 수출용 전자 기기의 UI와 GUI 디자인을 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애니콜 프리미엄 폰인 ‘블루칩’, 유럽에서 성공한 ‘몽블랑’, 유럽에 보급된 LG전자 전화교환기 등 다양한 제품의 UI 디자인이 호평을 받았다. 휴대전화처럼 기능이 복잡한 전자 제품은 UI 디자인이 소비자 만족도를 좌우한다. 제품이 히트했다는 것은 UI 디자인이 훌륭하다는 것과 동의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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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I, GUI는 무슨 뜻인가? 오늘날 전자 제품은 일반적인 물건과 다르다. 의자 칼 침대 책상 등 단순한 물건은 형태가 용도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전자 제품은 그렇지 않다. 복잡한 메커니즘과 다양한 기능을 내장하고 있어 사용법이 쉽지 않다. 말하자면 불친절한 기계다.

박 교수에 따르면 UI는 불친절한 기계와 사용자 사이를 이어 주는 ‘동시통역사’다.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이 동시통역사의 도움으로 전화를 걸고, 데이터를 저장하고, 사진도 찍을 수 있다. UI는 휴대전화의 기능을 분류하고 사용자를 위한 구조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사용법은 또 화면에 문자 숫자 그림(배경 아이콘 그래프)으로 표현될 수 밖에 없는데 이를 더 세련되게 표현하는 일이 바로 GUI다. UI가 동시통역사라면 GUI는 동시통역사를 ‘얼짱’ ‘몸짱’으로 만드는 일인 셈이다.

○ UI, GUI는 해외 시장 개척 가능성 높아

LG전자의 수출용 디지털 TV를 위한 정보 디자인. 디지털 TV의 복잡한 기능을 인터랙티브 영상으로 알기 쉽게 설명해 준다.

박 교수는 1990년대 후반 삼성전자의 디자이너를 재교육하는 삼성디자인연구소(ids)의 교수로 재직한 바 있다. 당시 미국의 아트센터와 카네기멜론대 교수들과 함께 삼성전자의 디지털기기 정보 디자인을 가르쳤는데, 이를 계기로 전자 제품의 UI, GUI 디자인 영역을 개척하기 시작했다.

그가 처음으로 한 상업적인 UI, GUI 프로젝트는 여성전용 휴대전화인 ‘드라마 폰’으로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후 여성 전용 고급폰인 ‘퀸폰’과 ‘카라폰’도 디자인했고 성공적이었다. 휴대전화 UI, GUI 디자인으로 인지도를 쌓은 박 교수와 아메바 디자인은 디지털 TV, DVD 플레이어, 세탁기, 전자오븐, 전화교환기, 모니터, 셋톱박스 등 전자 제품의 전 분야에 걸쳐 UI, GUI 디자인을 해왔다.

박 교수는 “UI, GUI 디자인 분야는 엄청난 해외 시장이 기다리고 있으므로 전망이 매우 밝다”고 말한다. UI, GUI는 전자 기기의 만국공용어이므로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현재 이 시장은 매년 20% 내외로 성장하고 있다. 디자인 비용도 높은 편이어서 하나의 프로젝트가 1억 원대를 넘는 경우도 많다. 박 교수는 “가전 제품들은 홈 네트워크 차원에서 통합되기 때문에 상호 호환성을 기반으로 한 UI, GUI 디자인이 연구 과제”이라고 말했다.

○ 양손잡이 디자이너를 꿈꾼다

디자인계에서는 박 교수를 UI, GUI 전문가로만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글 잘 쓰는 디자이너, 출판 기획력이 돋보이는 디자이너, 실무에 밝은 교수 디자이너로 평가한다. 그는 20세기 디자인 거장들과의 가상 인터뷰 형식으로 구성한 책 ‘대화’ 시리즈, 일상의 주제를 선정해 여러 사람이 함께 만드는 ‘리스트 북’ 형식의 ‘껌북’ 시리즈를 기획해 호평을 받았다.

그는 ‘양손잡이’ 디자이너를 꿈꾼다. 양손잡이 디자이너란 교육과 실무를, 디지털과 아날로그 매체를 동시에 이해하고, 개념을 상품화할 수 있는 장인이라는 뜻이다.

그는 “8년 안에 상용화될 것으로 보이는 전자투표기의 정보 디자인 등 공공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한다. 젊은이부터 노인까지 참여하는 투표기는 기계와 인간의 의사 전달력과 소통이 중요하다. 그는 또 스토리 텔링 기법으로 정보를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디자인을 꾸준히 추구하고 있다. 그의 사전에 딱딱하고 지루한 정보란 없다.

글=김신 ‘월간 디자인’ 편집장 kshin@design.co.kr

사진 제공 디자인하우스·박기호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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