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한국대사관 추규호(秋圭昊) 정무공사, 일본 외무성 후쿠시마 게이시로(福島啓史郞) 정무관, 신사 최고책임자인 난부 도시아키(南部利昭) 궁사(宮司)가 서명했다.
북관대첩비 반환을 위해 애써 온 한일불교복지협회의 양국 대표인 초산(樵山·76) 스님과 가키누마 센신(枾沼洗心·75) 스님도 감회 어린 표정으로 서명식을 지켜봤다. ▽보관 현장=신사 측은 서명식 후 비석이 세워진 본존 옆 숲 속으로 50여 명의 취재진을 안내했다. 2000년 숲 속으로 옮겨진 뒤 처음 공개된 북관대첩비는 일반인 출입금지의 철책 안 콘크리트 덩어리 위에 세워져 있었다. 그것도 비신(碑身) 위에 올려놓은 커다란 자연석에 짓눌린 상태였다. 비신 옆 일부에는 균열이 보였으나 다행히 비문은 전부 해독이 가능한 상태였다.
신사 관계자는 비신 위의 자연석에 대해 “예전부터 이런 상태였다”며 누가, 언제, 왜 이렇게 해놓았는지에 관해 답변을 피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한민족의 정기를 누르기 위해서였다는 말이 있다”면서 “이 돌덩이는 국내로 운송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신사 측 변명=신사 측은 이날 배포한 자료에서 ‘일본이 조선의 독립을 위해 청일, 러-일전쟁을 하고 있는 마당에 이런 비석이 있는 것은 양국 간 감정을 해치게 된다는 이유로 일본군이 당시 지방관리와 후손의 동의를 거쳐 가져온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입장 때문에 합의문에는 약탈행위에 대한 사과나 반성의 문구는 보이지 않았다.
▽일정=15일 정부와 민간단체 대표 등 인수단은 북관대첩비 앞에서 중요한 일을 치를 때 올리는 의식인 고유제(告由祭)를 지낸 뒤 본격적인 이송 준비에 들어간다. 16∼19일에는 비석 상태를 정밀 점검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긴급 보수를 하게 된다. 26일 이전에 비행기 편으로 인천공항을 통해 이송을 마치고 28일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개관식에 맞춰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도쿄=조헌주 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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