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재단 ‘예비언론인 과정’ 기자 등용문으로

  • 입력 2005년 9월 28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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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사의 첫머리에는 성매매 합법화를 찬성하는 듯한 내용을 쓰다가 중간에 꼬여버렸어. 성매매를 계기로 남녀의 빈부 격차에 주목하자는 건가. 글이 무슨 내용을 말하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네.”

27일 오후 2시 반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2층 한국언론재단 연수센터에서 열린 예비언론인과정 수업시간. 강사로 나선 남재일(언론재단 연구위원) 박사가 수강생들이 성매매를 주제로 쓴 글을 꼼꼼히 분석해 주고 있었다.

한국언론재단이 2003년 문을 연 예비언론인과정(8개월 코스)이 언론사 입사 시험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기자 사관학교’로 부상하고 있다.

2003년 1기 수료생 30명 중 8명이 조선일보 경향신문 등 중앙일간지와 방송사에 합격했다. 2004년 2기 수료생 중에는 SBS, 중앙일보와 한국일보에 2명씩, 동아일보 조선일보 국민일보 MBC 1명 등 총 14명이 입사했다. 인터넷 매체에 입사한 2명까지 포함하면 16명이 된다. 올해도 이미 동아일보에 4명, SBS에 1명이 입사했다. MBC 필기시험에는 무려 11명이나 합격해 면접 등의 시험 과정을 남겨두고 있다.

한국언론재단 예비언론인과정의 수업시간. 남재일 언론재단 연구위원(서 있는 사람)과 10여 명의 기자지망생이 슬라이드를 통해 한 지망생의 칼럼 기사를 보면서 평가하고 있다. 강병기 기자

이 과정을 거친 사람들의 합격률이 높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이곳에 들어가려는 응시생도 크게 늘었다. 3기의 경우 326명이 응시해 약 11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곳이 높은 인기를 끄는 것은 철저한 실무 중심의 교육과정 때문. 언론사의 신입기자 선발 방식이 실무 중심으로 바뀌면서 예비언론인과정이 더욱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

강사진도 현직 기자나 기자 출신 학자, 연구원 등으로 실무에 정통하다. 현재 강사진은 고려대 박재영(언론학부·조선일보 출신) 교수, 숭실대 김사승(언론홍보학과·문화일보 출신) 교수 등 학자와 송상근 동아일보 사회부 차장, 이규연 중앙일보 탐사기획팀장 등이다.

440시간의 강의는 대부분 현장 취재나 실전 글쓰기로 이어진다. 취재 소재의 선정, 취재 방식, 인터뷰 요령, 기사 작성, 탐사보도 등에 이르기까지 실무 교육을 받는다. 방송 기자 지망생들은 TV 카메라 앞에 서서 기사를 리포트한 뒤 이에 대한 모니터를 받는다.

2기 출신으로 지난해 MBC에 입사한 조윤정(사회부) 기자는 “독자나 시청자가 재미있게 느끼는 기사는 무엇이고,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게 된 것이 큰 소득”이라고 말했다.

기사 취재 방식도 다양하다. 출입처에서 나오는 보도자료를 토대로 기사를 쓰게 하거나 특정 장소를 지정한 뒤 스스로 취재 아이템을 정해 그날 안으로 기획 기사를 작성하는 훈련도 받는다.

올해 SBS에 합격한 권기봉 씨는 “서울 인사동에서 ‘맨땅에 헤딩하기’ 식으로 기획 취재거리를 찾아다니던 것이 기억이 남는다”며 “방송사를 찾아가 직접 카메라 앞에서 멘트를 했던 경험도 소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곳 출신 기자들은 언론재단의 과정이 입사시험에는 많은 도움을 주지만 실제 기자생활은 또 다른 세계라고 입을 모았다. 2기 출신으로 중앙 일간지에 입사한 한 기자는 “일반적인 기사 작성법과 기자가 된 뒤 경찰서에서 경찰과 만날 때 갖춰야 할 취재 노하우는 또 다른 이야기였다”며 “실전에 앞서 연습도 필요하지만 역시 실전에서 많이 노력해야 좋은 기자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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