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점 아쉽지만 서점가 터줏대감 보람도 커”

  • 입력 2005년 9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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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청계천 일대에서 51년간 고서점을 운영 중인 김시한 씨. 그는 “청계천이 문화가 흐르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철민 기자
서울 중구 청계천 일대에서 51년간 고서점을 운영 중인 김시한 씨. 그는 “청계천이 문화가 흐르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철민 기자
#51년 고서점 운영 김시한씨

“청계천에는 시커먼 물이 흘렀고 하천 양 옆으로는 판자촌이 가득했죠. 그런 청계천에 40여 년 만에 다시 물길이 뚫린다는 게 아직도 믿어지질 않네요.”

서울 중구 청계8가에서 고서점인 ‘경안서림’을 운영 중인 김시한(75) 씨. 그는 51년간 이곳에 머물며 청계천의 복개와 복원을 지켜본 주인공이다.

김 씨가 청계천에 자리를 잡은 것은 1954년. 경북 안동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편생활을 하다 6·25전쟁으로 군에 입대해 1953년 1등 중사로 제대한 직후였다.

“서울에 올라와 마땅히 할 일이 없어 교회 건축을 비롯해 막노동을 했어요. 그러던 중 지인의 소개로 대학천(현재 종로5가 부근·1960년대 복개)에 간판도 없는 허름한 중고서점을 내게 됐습니다. 교직생활을 하면서 고서적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그 당시 청계천은 갈 곳 없는 사람들의 천국이었다. 널빤지와 각목으로 대충 만든 판자촌에서 하루 벌어 하루를 사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그 속에서 고서점은 성황을 이뤘다. 전쟁으로 책을 구하기 어려워진 시절, 중고서적을 사고팔러 온 사람들이 청계천에 몰렸다. 청계천은 ‘고서적촌’이 됐다.

김 씨는 대학천이 복개되면서 1972년 청계8가에 ‘경안서림’을 냈다. 이 서점은 5평 남짓한 공간에 1만여 권의 빛바랜 책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이 서점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청계천 재개발로 2, 3년 뒤 부근의 36층짜리 현대식 건물로 이전하는 것.

청계천 일대의 수백 개에 달했던 서점은 70% 이상 문을 닫았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책이 희망’이라고 믿고 있다.

“우리 서점에서 자료를 찾아 박사나 교수가 됐다는 소식을 접하면 보람을 느낍니다. 책은 지식을 전달하고 인재를 키우는 존재죠. 청계천에 터를 잡고 오래된 책과 벗할 수 있으매 행복합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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