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늙은이들의 386애창곡 메들리

  • 입력 2005년 9월 7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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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사진 찍을 때 항상 어색해요.” 9일 리메이크 음반 ‘클래식 오디세이’를 발표하는 3인조 그룹 ‘SG워너비’. 왼쪽부터 채동하, 김진호, 김용준. 김미옥 기자
“우린 사진 찍을 때 항상 어색해요.” 9일 리메이크 음반 ‘클래식 오디세이’를 발표하는 3인조 그룹 ‘SG워너비’. 왼쪽부터 채동하, 김진호, 김용준. 김미옥 기자
5일 오후 4시 3인조 그룹 ‘SG워너비’ 인터뷰 1시간 전. 전화벨이 울렸다.

“안녕하세요. 죄송합니다만 30분 정도 늦을 것 같아요. 점심을 아직 못 먹었어요…”

5시 반. 서울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나타난 이들. 멤버 채동하(24)의 얼굴이 하얗다.

“몸살이 겹쳤어요. 푹 쉬어야 되는데 하루를 못 쉬고 있네요.”

‘인기 가수’가 되면 나타나는 증상들이다. 말은 않지만 몸으로 ‘인기’를 아우성치는 이들. 올해 3월 2집 ‘살다가’로 40만장을 넘긴 이들이 9일 발매 예정인 리메이크 음반 ‘클래식 오디세이’로 2005년 ‘인기’ 굳히기 한 판을 계획 중이다.

“지금도 ‘우리가 진짜 인기 그룹 맞아?’라고 어리둥절해요. 인기에 대한 부담도 크죠. 하지만 계속 도전하는 것이 좋더라고요. 7, 80년대 히트곡들을 리메이크하는 것도 많은 분들이 ‘얘네 이런 노래도 부를 줄 아는구나’ 라고 봐주셨으면 해요.”(김용준)

타이틀곡인 ‘해바라기’의 ‘내 마음의 보석상자’는 클래식한 발라드 버전으로 재탄생됐다. 2집 타이틀곡 ‘살다가’의 연장선에 있는 느낌으로 가을을 겨냥한 최루성 발라드 곡. 또 1980년 MBC 대학가요제 대상곡인 이범용, 한명훈의 ‘꿈의 대화’는 원곡의 맛을 살린 포크 버전과 ‘SG워너비’식으로 해석한 리듬앤드블루스 버전으로 각각 다르게 불렀다. 이 밖에 ‘동물원’의 ‘혜화동’. 임지훈의 ‘사랑의 썰물’ 등 수록된 14곡 모두가 386세대의 애창곡들. 맏형인 채동하는 물론 김진호(20), 김용준(21) 모두 댄스와 힙합을 좋아할 20대 초반의 청년들이다. 이런 세 사람이 ‘애늙은이’ 같은 선곡을 한 것을 보면 ‘도전’이 맞긴 맞는 듯하다.

“주위 분들이 걱정을 많이 하세요. 하지만 그게 노력이죠. 현재 유명한 곡을 리메이크하는 것은 쉽지만 새로운 것을 배우지 못하잖아요. 예전 선배님들은 감정처리를 어떻게 했는지 알 수도 있고…. ‘애늙은이’라는 표현은 음악적으로 그만큼 여러 세대를 휘어잡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요?”(채동하)

그러나 그들이 말하는 진정한 ‘도전’은 바로 자신들과의 싸움이란다. 올해만 벌써 10명 이상의 가수들이 리메이크 음반을 발매했지만 히트작은 손에 꼽을 정도로 없다. 리메이크 음반 봇물 속에서 자칫 2집 ‘살다가’로 얻은 인기와 명성에 금이 갈 수 있는 상황. 그들은 지금 심판대 위에 올라와 있다.

“우리 목표는 가요 순위 1위, ‘밀리언셀러’ 보다 그저 꾸준히 노래를 하는 것입니다. 가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음반 몇 장 팔렸는지 인터넷으로 검색하는 제 자신을 비판할 때도 있어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열심히 노래하는 사람에게는 어느 누구도 못 당한다는 사실. 아시죠?”(김진호)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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