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드린스키 극장, 고골리의 ‘검찰관’ 내달 내한 공연

  • 입력 2005년 9월 7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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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알렉산드린스키 극장의 대표작 중 하나인 ‘검찰관’. 사진 제공 경기도문화의전당
러시아 알렉산드린스키 극장의 대표작 중 하나인 ‘검찰관’. 사진 제공 경기도문화의전당
250년 전통의 알렉산드린스키 극장이 한국에 온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알렉산드린스키 극장(공식명칭은 푸시킨 러시아 국립아카데미드라마극장)은 러시아 최초의 황실 극장이자 러시아 최고(最古)의 국립극장으로 지금도 그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그 알렉산드린스키 극장이 러시아의 대문호 니콜라이 고골리 의 희극 ‘검찰관’을 오리지널 캐스트 내한 공연으로 국내에 선보인다.

경기 수원시의 경기도문화의전당(10월 10, 11일)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 전당(10월 15, 16일)에서 각각 2차례씩 공연한다.

알렉산드린스키 극장이 제작한 ‘검찰관’은 지난해 러시아 최고 권위의 황금마스크 최우수 작품상과 최우수 무대 디자인상 수상을 비롯해 러시아의 크고 작은 상을 휩쓴 화제작.

‘검찰관’의 연출가인 발레리 포킨(사진) 씨는 러시아와 폴란드에서 동시에 ‘인민예술가’ 칭호를 받고 있는 러시아 최고 연출가다. 알렉산드린스키 극장의 예술감독과 모스크바 메이어홀드센터의 극장장과 예술감독도 겸하고 있는 그를 5일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만났다.

―이번에 공연하게 될 ‘검찰관’은 어떤 작품인가?

“러시아 희곡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작품인 ‘검찰관’의 매력은 언제, 어느 지역, 어느 나라에서 공연돼도 이야기가 통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고전의 힘일지 모른다. 이 연극도 미국, 일본, 폴란드에서 공연해 좋은 반응을 얻었는데 한국 관객의 반응도 궁금하다.”

‘검찰관’은 부조리로 찌든 한 지방 소도시에 중앙정부에서 암행검찰관이 파견된다는 소문이 나돌며 빚어지는 소동을 그린 사회풍자극이다.

―이 작품의 특징은….

“1836년 고골리의 ‘검찰관’이 처음 무대에 올려졌을 당시의 원작에 가장 충실히 만들었다는 점이다. 알렉산드린스키 극장은 당시 고골리의 ‘검찰관’이 초연된 곳이기도 하다. 우리 극장에서는 이 ‘검찰관’을 1년에 3번 정도 공연한다.”

최근 한국에서 올려지는 고전들은 재해석되거나 비틀기를 시도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원전 텍스트에 충실한 ‘검찰관’을 반기는 사람들이 많을 듯하다.

―한국 연극계는 침체를 겪고 있는데 러시아는 어떤가?

“연극이 없는 러시아인의 삶은 상상할 수 없다. 러시아인들은 늘 연극을 기다린다. 물론 러시아에도 요즘은 상업적인 작품을 하는 극단이 많이 생기고 있지만, 그렇다고 정통 드라마가 밀리지는 않는다. 이런 극장문화는 러시아의 전통이다. 알렉산드린스키 극장의 경우 1000석 규모인데 매회 평균 800명의 관객이 꾸준히 객석을 채운다.”

그는 또 러시아가 연극 강국이 될 수 있는 이유로 연극 관련 학교의 좋은 커리큘럼과 체계적인 배우 훈련, 그리고 연극을 공연할 수 있는 크고 작은 전문 극장들이 갖추어진 인프라를 꼽았다. 그는 “알렉산드린스키 극장의 경우 1년에 3, 4편의 신작을 포함해 15편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포킨 씨는 ‘검찰관’과는 별개로 경기도립극단원과 호흡을 맞춰 10월 말 고골리의 ‘결혼’도 국내 무대에 올린다.

수원=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작가의 무대 스케치 재현…도금한 금빛 대저택 볼만▼

‘검찰관’은 지난해 러시아 공연예술에 주어지는 최고상인 황금 마스크상의 무대 디자인상을 수상한 작품인 만큼 무대를 눈여겨 볼 만하다. 이 작품의 무대 세트와 의상은 모두 러시아에서 공수해온다.

무대와 의상 디자인을 맡은 알렉산드로 보롭스키-브로드스키도 ‘인민예술가’의 칭호를 받은 최고의 디자이너.

총 3막으로 구성된 이 연극의 1막은 ‘검찰관’을 쓴 고골리가 직접 구상한 무대 스케치를 그대로 배경 세트로 재현해 눈길을 끈다.

무대에서 가장 큰 볼거리는 3막이 시작되자마자 나오는 800kg짜리 대형 세트. 호화 주택을 재현한 이 세트는 극중 허풍쟁이인 홀레스타코프가 주지사와 관료들에게 자신의 고향집의 화려함을 떠벌리는 장면에서 등장한다.

화려한 대저택을 보여주는 이 세트는 테두리 등을 금빛으로 도금했기 때문에 스태프는 ‘금집’이라고 부른다. ‘금집’은 홀레스타코프의 이야기와 함께 무대 위에서 서서히 내려온 뒤 다시 무대 위로 올려져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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