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권장도서 100권]<74>꿈의 해석-지크문트 프로이트

  • 입력 2005년 6월 29일 03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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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크문트 프로이트에 의해 창시된 정신분석은 우리의 인간 이해를 돌이킬 수 없이 바꾸어 놓았다. 의식되지 않은 나의 과거가 나를 지배하며, 나의 정체는 내 의식에 비친 모습과는 다를 수 있다는 점 등, 이미 일반화된 이런 생각은 정신분석의 도래 이후 정착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무의식, 억압, 리비도 등의 중심개념이 우리의 인간 이해의 전제가 된 것도 정신분석 이후의 일이다.

정신분석이 인문학, 사회과학의 제이론에 미친 영향은 실로 심대하며, 좋든 싫든 프로이트 이후의 인간 이해는 정신분석이 설정하는 인간관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하게 되었다. 몇 해 전 타임지는 20세기의 지적 지형을 바꾼 인물 중 첫 번째로 프로이트를 꼽고 그를 표지인물로 삼은 바 있다.

‘꿈의 해석’의 출간은 정신분석이 독립적인 분과학문으로 자리 잡게 해 준 분기점이 된다. 이 저술은 꿈 현상이 결코 무의미한 것이 아니라 의미를 갖는 것임을 역설하면서, 그 의미는 어떤 방식으로 접근 가능한 것이냐를 대담한 가설과 치밀한 논증을 통해 보여 주었다.

그리하여 꿈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대수롭지 않은 일상 체험이 무의식적 욕망과 결합하여 표출되면서 한 대상이 다른 대상으로 치환되고 서로 다른 대상이 언어적 유사성을 통해 응축되는가, 꿈 작용은 어떤 방식으로 우리의 욕망을 판독불가능의 모습으로 왜곡하는가, 우리의 의식이 인지하지 못하는 감정이 어떻게 꿈을 통해 표출되는가, 한마디로 ‘꿈의 논리’는 무엇이며 어떻게 해서 우리는 기억되고 언표(言表)된 꿈을 통해 잠재된 욕망의 내용에 다가갈 수 있느냐를 설파하였던 것이다.

동시에 ‘꿈의 해석’은 프로이트 자신의 내면세계를 보여주는 다분히 자전적 기록이라 아니할 수 없다. 어째서 그러한가? 우선 꿈 해석의 많은 예시가 프로이트 자신의 꿈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 책에서 제시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이론이 그 이유이다.

이 저술은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프로이트가 빠진 우울증과 그 기간에 이루어진 긴 자기분석 과정의 산물이다. 이 자기분석을 통해 그는 두 살 반(!)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기억을 되살리면서 자신에게도 아버지에 대한 적개심과 어머니에 대한 욕망이 있었음을 ‘발견’한다.

즉, 프로이트는 죽은 아버지와의 관계 속에 자신을 놓음에 있어 죄의식을 가진 ‘아들’이기를 즉, 자신이 곧 이론화할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소유자이기를 ‘선택’한 것이다.

그는 이 이론을 모든 사회에 보편적인 것으로 일반화한다. 이것이 바로 20세기를 떠들썩하게 만든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이론인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결국은 프로이트의 콤플렉스가 아니었는가 하는 의문의 여지는 여전히 남는다 하겠다.

프로이트는 정신분석이 심리학과 생물학에 뿌리를 둔 과학임을 신봉했다. 그러나 정신분석이 과학으로 성립될 수 있느냐에 대하여는 그의 사후 많은 의문이 제기되었다. 인간의 정신세계에 대한 과학적 탐구는 프로이트에 의존하지 않고도 수행될지 모른다. 그러나 예컨대 문학, 나아가서 문화현상, 사회현상에 대한 탐구에서 프로이트의 사상은 필수불가결이 아닐까 한다.

이성원 서울대 교수·영어영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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