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권장도서 100권]<73>제자백가-공자,묵자,노자등

  • 입력 2005년 6월 28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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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는 기원전 9세기를 전후로 철기가 농업에 도입됨에 따라 생산력이 현격하게 증대되었고, 이를 배경으로 새로운 사회체제의 태동을 맞게 된다. 바로 종법적(宗法的) 봉건체제에서 중앙집권적 관료체제로의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관료체제의 등장과 함께 자신의 지적 능력과 소질에 따라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된 지식인의 사회적 역할이 증대되었다.

‘제자백가(諸子百家)’란 이 같은 배경 하에서 진시황(秦始皇)에 의해 천하통일이 이루어지는 기원전 3세기까지 활동한 수많은 철학자와 학파를 가리킨다. 이들의 다양한 철학적 문제의식은 크게 유가(儒家) 묵가(墨家) 도가(道家) 법가(法家)의 네 가지 유파로 개괄될 수 있다.

공자(孔子)를 필두로 하는 유가는 새롭게 등장한 관료집단에 특권을 허락하는 한편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책임, 즉 상하의 사회적 갈등을 화합으로 이끌 수 있는 높은 자기절제와 도덕수양을 요구한다. 유가의 사상은 지식인의 능동성을 강조한 점에서는 긍정적 평가를 받지만 차등적인 인간관계를 이념적으로 합법화했다는 비판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이러한 유가의 차등적 인간관에 반기를 들며 묵적(墨翟)의 묵가가 등장한다. 묵가는 통치하는 지식인과 통치 받는 백성 간의 사회적 차별 속에서 특히 생산에 종사하는 백성의 민생문제 해결에 주목한다. 이들은 차별적 인간관계를 지양하고 평등한 사랑과 상호연대의 구호 아래 만민의 실천적 단결과 협동을 강조한다.

유가와 묵가는 각각 상이한 입장에서 서로 다른 정치이념을 가지고 극렬하게 대립하는데, 도가는 자신의 주장만이 옳고 타자의 그것은 그르다는 이념적 독단을 거부한다. 도가에서는 인간이 만들어 낸 제도, 관습, 이념은 개개 생명 밖의 산물, 즉 외물(外物)에 불과하다. 외물에 의해 인간의 생명과 자유가 억압을 받는다면, 그것은 결국 생명 억압과 파괴의 도구일 뿐이다. 따라서 이들은 사회적 규제가 최소화된 소규모의 자급자족적인 공동체를 이상적 사회로 제시하면서 당대의 군주들이 추구하는 대국주의(大國主義) 이념에 맞선다.

유가, 묵가, 도가는 모두 당대의 현실 변화를 위기로 파악하고 그들이 파악한 사회적 모순을 해결하여 좀 더 나은 사회를 이루어 내려는 이상주의 철학의 서로 다른 표현이다. 그러나 법가는 당시의 혼란을 위기가 아닌 발전으로 파악하였다. 그들은 절대군주에게 위탁된 공권력을 통하여 국력을 ‘농업생산’과 ‘전투력’에 결집시킴으로써 강력한 전투국가를 출현시키고자 하였다. 그 목표는 처참한 전쟁의 종식과 천하의 안정이었다.

이렇게 다양하게 전개된 제자백가시대의 사상은 시대를 뛰어넘어서 오늘날 개방된 사회에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 새로운 의미로 읽힐 수 있을 것이다. 아직 강력한 정치체제가 결여돼 있던 이 시기에 등장했던 다양한 인문주의의 목소리는 오히려 개인의 권리와 자주적 주권을 기초로 생활하는 현대인에게 더욱더 절실하게 들려올 수 있다.

필자가 쓴 ‘제자백가의 사상’(현음사)은 15장에 걸쳐서 각 사상의 개요와 발췌된 번역문과 원문을 함께 실어 놓았다. 이 책은 독자가 다양한 제자백가 사상의 진수를 쉽게 맛볼 수 있도록 각각의 사상적 요점을 발췌하여 정리해 놓았다.

송영배 서울대 교수·철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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