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커뮤니티 교육·공연등 ‘육아공동체’로 자리잡아

  • 입력 2005년 6월 17일 03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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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산시에 사는 곽인경(24) 씨는 첫째 동혁이(4)를 낳고 집에 틀어박혀 있었다. 한시도 한눈을 팔 수 없는 아이를 데리고 어디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둘째 동건이(2)가 백일이 지나자 ‘안되겠다’ 싶어 아이들을 데리고 집을 나섰다.

“식당이건 공연장이건 아이들을 대동한 엄마를 위한 공간은 없었어요. 다시 집으로 가 인터넷을 뒤졌습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갈 곳을 찾았고 함께 갈 엄마들을 모았지요.”

이렇게 해서 영유아 엄마를 대상으로 한 온라인 커뮤니티 ‘이쁜 엄마가 되자’(다음카페)가 만들어졌다. 아이가 좋아할만 한 일을 많이 해 예쁨 받는 엄마가 되자는 의미란다.

육아와 교육 때문에 소외된 엄마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드나들며 모이고 있다. 이들은 단순히 온라인에서 육아 및 교육정보를 나누는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체험학습장과 공연장으로 ‘공간’을 확대하고 있다.

○ 커뮤니티 회원들과 버스 대절

‘이쁜 엄마가 되자’ 커뮤니티는 처음에 두세 명의 엄마가 아이들 데리고 공연을 보거나 서울 인근에 놀러가는 것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1년10개월 사이 회원이 7600여 명이 될 정도로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엄마들의 ‘편안한 동반외출’에 대한 갈증이 컸다는 증거이다.

이제 나들이를 가려면 45인승 버스를 대절해 잠실 상암 안산 등 세 곳에서 나눠 출발한다. 한 달에 두세 번은 꼭 나들이를 간다. 14일 ‘이쁜 엄마’ 40여 명이 찾아간 곳은 인천 강화군 용두레마을과 석모도.

용두레마을에서 엄마와 아이들은 옷감에 물도 들여 보고 쑥 개떡도 만들었다. 아이들은 처음 타 보는 경운기가 신기한지 내려올 줄 몰랐다.

“개구리도 만져 보고…저녁 9시도 안됐는데 아이는 벌써 꿈나라네요.”

“뱃전에서 고사리 손들이 던져준 새우깡에 오늘 석모도 갈매기들이 배불렀을 겁니다.”

“우리 아이는 이젠 관광버스만 지나가도 ‘엄마, 저 버스 어디로 놀러가요’하고 묻는답니다. 나들이 중독자가 됐어요.” 카페에 올린 엄마들의 나들이 후기다.

○ 지역 상점서 할인혜택 받기도

엄마들 커뮤니티 해오름의 ‘강남동아리’는 처음에 온라인에서 서울 강남엄마들끼리 육아정보를 나누다 공연 관람과 체험학습 커뮤니티로 발전했다.

이 모임 대표 ‘뚱뚱맘’ 이기철(39·서울 강남구 개포동) 씨는 10세, 7세 두 딸의 엄마. 이 씨는 “5년 전 모임을 시작할 때는 아이들이 어려 육아 정보를 많이 나누었는데 이제는 초등학교 교육으로 관심이 옮아갔다”고 전했다. 또 다른 해오름의 엄마들 커뮤니티 ‘강송맘’은 신생아에서부터 초등 저학년 자녀를 가진 서울 강동구 송파구 엄마들의 모임이다.

강동 송파지역 소아과 서점 한의원 같은 곳에서 스폰서도 받는다. 커뮤니티에 광고를 올리는 대신 회원들이 가면 할인을 받는 것.

대표 박수경(32·서울 강동구 성내동) 씨는 “엄마들끼리 육아 및 교육 정보를 나누며 출발했지만 이제는 어떤 병원이 좋은지, 어떤 서점이 친절한지 등 지역정보로까지 확대됐다”고 전했다.

○ 단체관람으로 부담 없이 즐겨

다음카페 ‘가족극장 해밀’의 신미선(31·서울 광진구 구이동) 씨는 엄마들을 모아 함께 공연 관람을 하다 이 카페의 학부모 운영자가 됐다.

신 씨는 “연극을 좋아해 다른 엄마들과 관람하러 다녔는데 단체로 보면 할인을 받을 수 있고 다른 관람객들의 눈치를 덜 보아 좋다”고 털어놓았다.

유아교육 커뮤니티 맘스쿨의 ‘맘's 나들이’는 아예 초등 및 유아자녀를 둔 엄마들을 대상으로 숲 체험과 생태체험 같은 나들이를 기획하고 공연 및 전시의 단체관람을 진행한다.

공연이나 전시를 관람하고 싶을 때 온라인으로 공연평을 보고 일정을 잡아 신청하면 단체할인을 받을 수 있다.

김진경 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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