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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6월 2일 03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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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나의 디지털 우그러진다 마구간에는 소가 지그시 자기 코를 바라보며 되새김질을 하고, 방에서는 노인들 잔기침 소리만 들린다
-시집 ‘새소리에 몸이 절로 먼산 보고 인사하네’(황금알) 중에서》
처마 그림자 보고 새참 내가고, 산마루 보고 호미 씻던 농부들 졸지에 시계 부자가 되었구나. 시계가 많아진 만큼 시간이 늘어났을까? 혹시 시계 쳐다보는 시간만큼 손해보는 것은 아닐까? 옛날, 부의 상징이던 시계가 ‘쑥떡 같은 노인들’ 차지가 된 것이 기이하고 서글프다. 필경 도시인들의 일상을 얇게 저미던 초침, 분침, 시침을 달고 제자리 돌기를 거듭하던 저 시계들도 아날로그형이어서 퇴출된 것이리라. 디지털은 우리의 삶을 편하고 다채롭고 혁명적인 것으로 바꾸어 놓았지만, 고향만은 아날로그로 남아 있기를 바라는 것은 또 다른 도시인의 이기일까? 나는 여전히 소가 느리게 되새김질하고, 매미 우는 나무 그늘 아래 농부가 낮잠을 자는 시골 풍경이 그립다.
반칠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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