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일장기 말소사건 주역 故 신낙균선생 추모전

  • 입력 2005년 5월 27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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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진학의 개척자인 고 신낙균(1899∼1955·사진) 선생 타계 50주년을 맞아 추모전이 열린다. 신 선생은 1936년 손기정 선수가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을 제패했을 당시 동아일보 사진부장으로 일장기 말소 사건을 이끈 주역 가운데 한 명이다.

동아일보사 부설 신문박물관과 명지대 한국사진사연구소, 신낙균 선생 기념사업회(위원장 최인진)는 27일∼6월 26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내 신문박물관 4층 기획전시실에서 ‘사진의 길-신낙균 선생 서거 50주년 추모전’을 연다.

신 선생의 뜻을 기리는 이 추모전에서는 손 선수의 유니폼에서 일장기를 지워 보도한 1936년 8월 25일자 동아일보 석간신문 원본이 최초로 일반에 공개된다.

신 선생은 일제강점기에 새로운 예술장르이자 선진 학문이었던 사진을 공부하고 사진가로 활동한 한국 사진사(史)의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1927년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일본 도쿄사진전문학교를 졸업했고 귀국 후 최초의 사진 공교육 기관인 YMCA의 사진과 교수로 부임했다. 또 ‘사진학 강의’, ‘재료약품학’, ‘채광학대의’, ‘사진용술어집-재료약품학부록’ 등을 써 사진학의 체계를 정립했다.

1934년 동아일보 사진부장으로 입사해 포토저널리즘이라는 당시로서는 신분야를 개척했으나 2년 뒤 일장기 말소사건으로 구속돼 신문사를 떠났다.

일제 경찰이 남긴 ‘쇼와11년(1936년) 경찰정보철’에 따르면 당시 신 부장은 사진부원 서영호와 함께 신문 인쇄용 동판에 나타난 손기정 사진 중 일장기 부분을 청산가리 농액을 사용해서 지웠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길용 기자(체육부)의 부탁을 받은 청전 이상범 화백이 물감으로 일장기를 지웠으나 여전히 흔적이 남아 있자, 2차로 청산가리 농액을 사용해 일장기를 완벽하게 지운 것.

이번 전시에는 고인이 1920∼50년대에 직접 찍은 사진 150여 점과 육필원고 및 저서 원본, 고인의 생전 삶을 증언하는 부인 오숙근 여사의 육필원고, 도쿄사진전문학교 및 YMCA 졸업 앨범 등 고인의 생의 흔적을 살필 수 있는 자료들이 선보인다. 신문 원본은 이번 전시 후 영구보관을 위해 진공 보관된다. 02-300-1808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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