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번역과 번역가들’…번역가없이 근대화 가능했을까

  • 입력 2005년 4월 29일 17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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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과 번역가들/쓰지 유미 지음·송태욱 옮김/248쪽·1만2000원·열린책들

번역은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는 창구다. 9세기 이슬람 학자들이 고대 그리스의 철학과 과학 책을 번역하지 않았다면, 중세 암흑기에 그 정신세계가 온전히 지켜졌을지 의문이다. 일본의 근대화를 이끈 메이지 시대, 서양문화를 단기간에 받아들인 최전선에도 번역가가 있었다.

저자는 심리학을 공부하다가 늦은 나이에 외국어 공부에 재미를 붙여 번역가로 나섰다. 이 책은 저자가 세계 저명 번역가나 서평가, 번역가협회의 책임자를 찾아다니며 인터뷰한 기록들이다. 그 덕분에 번역의 가치와 어려움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히틀러의 압제를 피해 망명한 베를린의 무용수 출신 율리아 타르디 마르쿠스, 조국에서 추방당한 뒤 번역론과 비교문체론을 천착한 에핌 에트킨드, 자칭 인텔리 부랑자라고 하는 벨기에의 얀 미시킨 등 유명 번역가들의 번역론과 일상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중국과 일본의 문학을 프랑스어로 번역하는 장 레비, 폴 바디, 피에르 카제르, 파트리크 드 보스 등을 만나는 대목에서는 외서(外書) 번역의 높은 비중과는 대조적으로 국제화에 뒤처진 한국의 현주소가 떠오른다.

허엽 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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