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컨대, 斟(짐작할 짐)은 斗와 甚(심할 심)으로 구성되었는데, 甚은 소리부도 겸한다. 甚은 …(오디 심) (심,침)(오디 심) ·(오디 담) 등과 관계 지어 볼 때 ‘오디’로 만든 술을 말하며, ‘술(甚)을 국자(斗)로 나누어 담음’이 斟의 원래 뜻이라 할 수 있다. 斟과 자주 어울리는 酌(따를 작)도 斟과 같이 국자(勺·작)로 술(酉·유)을 뜨는 모습에서 그 의미를 가져왔다.
그런가 하면 科(과정 과)는 말(斗)로 곡식(禾·화)의 양을 재는 것을 말한다. 곡식의 양을 재기 위해서는 분류가 이루어질 것이고, 분류된 곡식은 그 질에 따라 等級(등급)이 매겨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科에 ‘等級’과 ‘분류’의 뜻이 함께 생겼다. 그래서 科學(과학)은 곡식(禾)을 용기(斗)로 잴 때처럼 ‘정확한’ 학문(學)이라는 뜻으로, 사람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척도가 달라져서는 안 되는 것이 바로 科學의 정신임을 천명하고 있다. 이는 지식이라는 어원을 가지는 ‘사이언스(science)’보다 더욱더 현대적 의미의 科學 정신을 잘 반영하고 있다.
이에 비해 斜(비낄 사)는 ‘나(余·여)의 말(斗)’이라는 뜻으로, 자신이 재는 용기는 언제나 자신의 이익을 중심으로 치우치게 마련이기에 斜에 ‘치우치다’는 뜻이, 다시 ‘올바르지 않다’는 뜻이 나왔다.
또 料(되질할 료)는 쌀(米·미)을 용기(斗)로 재는 모습이다. 쌀을 말로 되면서 그 양을 ‘헤아리게’ 되고, 그래서 ‘추측하다’는 뜻까지 나왔다. 따라서 料理(요리)는 음식을 만들 때 재료의 양을 정확하게 헤아려(料) 갈무리(理)함을 말한다. 훌륭한 料理란 배합될 재료의 양을 정확하게 斟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보여 주고 있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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