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179>斗(말 두)

  • 입력 2005년 3월 24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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斗는 술을 뜰 때 쓰던 손잡이 달린 국자 모양의 容器(용기)를 말했는데, 이후 곡식을 나눌 때 쓰던 용기 즉 ‘말’을 지칭하여 용기의 대표가 되었고, 다시 北斗七星(북두칠성)이나 南斗星(남두성)처럼 국자같이 생긴 것을 통칭하게 되었다. 따라서 斗로 구성된 한자는 모두 이러한 용기와 의미적 관련을 가진다.

예컨대, 斟(짐작할 짐)은 斗와 甚(심할 심)으로 구성되었는데, 甚은 소리부도 겸한다. 甚은 …(오디 심) (심,침)(오디 심) ·(오디 담) 등과 관계 지어 볼 때 ‘오디’로 만든 술을 말하며, ‘술(甚)을 국자(斗)로 나누어 담음’이 斟의 원래 뜻이라 할 수 있다. 斟과 자주 어울리는 酌(따를 작)도 斟과 같이 국자(勺·작)로 술(酉·유)을 뜨는 모습에서 그 의미를 가져왔다.

그런가 하면 科(과정 과)는 말(斗)로 곡식(禾·화)의 양을 재는 것을 말한다. 곡식의 양을 재기 위해서는 분류가 이루어질 것이고, 분류된 곡식은 그 질에 따라 等級(등급)이 매겨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科에 ‘等級’과 ‘분류’의 뜻이 함께 생겼다. 그래서 科學(과학)은 곡식(禾)을 용기(斗)로 잴 때처럼 ‘정확한’ 학문(學)이라는 뜻으로, 사람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척도가 달라져서는 안 되는 것이 바로 科學의 정신임을 천명하고 있다. 이는 지식이라는 어원을 가지는 ‘사이언스(science)’보다 더욱더 현대적 의미의 科學 정신을 잘 반영하고 있다.

이에 비해 斜(비낄 사)는 ‘나(余·여)의 말(斗)’이라는 뜻으로, 자신이 재는 용기는 언제나 자신의 이익을 중심으로 치우치게 마련이기에 斜에 ‘치우치다’는 뜻이, 다시 ‘올바르지 않다’는 뜻이 나왔다.

또 料(되질할 료)는 쌀(米·미)을 용기(斗)로 재는 모습이다. 쌀을 말로 되면서 그 양을 ‘헤아리게’ 되고, 그래서 ‘추측하다’는 뜻까지 나왔다. 따라서 料理(요리)는 음식을 만들 때 재료의 양을 정확하게 헤아려(料) 갈무리(理)함을 말한다. 훌륭한 料理란 배합될 재료의 양을 정확하게 斟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보여 주고 있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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