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시대’ 정치色 빼고 보면…

  • 입력 2005년 3월 15일 18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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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독재 ‘때문에’ 경제발전이 가능했나, 아니면 독재에도 ‘불구하고’ 경제발전이 가능했나.”

과거사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명지대 국제한국학연구소(소장 정성화 교수)가 올 한 해 동안 ‘박정희와 그 시대’를 주제로 매달 콜로키엄을 열고 박정희 정부의 개발독재시대를 평가하는 작업을 벌인다. 콜로키엄은 참석자 전원이 다 참석해 토론을 벌이는 학회.

그동안 학계는 특정 정치세력 편들기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박정희시대에 대한 학문적 평가를 기피해왔고, 논쟁의 핵심도 정치적 권위주의(독재)와 산업화(경제발전)의 관계를 어떻게 볼 것인지에 머물러 왔다. 즉 근대화를 위해 독재가 불가피했다는 ‘개발독재 불가피론’과 근대 국민국가 형성 이후 경제성장이 예비돼 있었던 만큼 경제성장을 박정희의 성과로 볼 수 없다는 견해가 팽팽히 맞서왔다.

콜로키엄 시리즈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17일 오후 6시 서울 서소문 명지빌딩에서 열리는 첫 주제는 총론격인 ‘박정희 연구는 어디까지 왔나: 현황과 쟁점’.

이날 첫 주제 발표에 나서는 김일영 성균관대 교수(정치학)는 사전 배포한 논문에서 “산업화와 민주화의 균형 발전은 모든 나라가 바라지만, 이런 병행발전이 산업화 초기 단계에도 가능한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며 다른 나라의 사례와 비교해 박정희시대의 개발 독재를 평가했다.

뉴 라이트 싱크넷의 핵심인물인 김 교수와 전상인 한림대 교수(사회학), 중도적 입장의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진보적 성향의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정치학)가 주제 발표와 토론에 참여한다. 주제 발표자와 토론자들의 면면이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공론의 기반을 만들겠다는 콜로키엄의 취지를 보여주고 있다.

박정희시대에 대한 평가를 둘러싸고 보수와 진보 등 두 진영이 서로 같은 점과 다른 점, 합의 가능한 부분과 불가능한 부분을 밝힌 뒤 정치적 수준이 아니라 학문적 수준에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과제가 무엇인지 서로 확인해보자는 뜻이다.

연구소 측은 앞으로 한국현대사와 5·16군사정변, 대일외교, 유신과 대미외교, 민족주의와 한국적 민주주의, 반공주의와 대북정책, 김일성과 박정희 리더십 비교 등을 주제로 모두 15차례의 토론을 벌인다. 12월 8일에는 ‘박정희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가능한가’를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문의는 명지대 국제한국학연구소(02-300-1712).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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