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 “현충사는 박정희 기념관 같은 곳” 발언 사과

  • 입력 2005년 1월 30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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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兪弘濬·사진) 문화재청장의 발언이 잇따라 논란을 야기해 언행이 신중치 못했다는 비판에 휩싸이고 있다.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의 한글 친필로 된 광화문 현판을 정조대왕의 한문 어필 집자(集字)로 교체하려는 방안을 내놓았다가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킨 데 이어 그 해명과정에서 “현충사는 박정희 대통령 기념관 같은 곳”이라고 주장했다가 사과했다.

유 청장은 27일 “광화문 현판 교체는 승자에 의한 역사파괴”라는 한나라당 김형오(金炯旿) 의원의 공개서한에 대한 반박 답신에서 “광화문과 현충사는 다르다”면서 “광화문은 조선왕조의 정궁인 경복궁의 정문이지만, 현충사는 이순신(李舜臣) 장군의 사당이라기보다 박정희 대통령의 기념관 같은 곳”이라고 주장해 또 다른 논란을 자초했다.

유 청장의 ‘현충사 발언’이 알려진 뒤 문화재청 홈페이지에는 항의 글이 이어졌고 현충사가 있는 충남 아산 시민들과 이순신 장군의 후손인 덕수 이씨 문중도 반발했다.

충남 아산이 지역구인 열린우리당 복기왕(卜箕旺) 의원은 28일 오후 한 인터넷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단지 박 전 대통령이 통치하던 시기에 건립되었다고 해서 현충사가 박정희 대통령의 기념관이 될 수는 없는 것”이라며 유 청장의 부주의한 발언을 비판했다.

발언 파문이 확산되자 유 청장은 28일 밤 문화재청 홈페이지(www.ocp.go.kr)에 복 의원에게 답하는 형식의 글을 올리고 공식 사과했다. 유 청장은 “현충사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애국충정과 멸사봉공의 넋을 기리기 위해 건립된 소중한 역사적 공간”이라며 “광화문 문제를 급히 논하는 과정에서 현충사 현판을 언급한 것이 부적절한 표현으로 이어졌으며, 이는 저의 오류였습니다”라고 밝혔다.

현재 현충사는 문화재청이 사적 제155호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1706년(숙종 32년) 이 충무공의 사당이 세워진 뒤 이듬해 숙종이 직접 ‘현충사(顯忠祠)’라는 현판을 내렸고, 1932년 일제강점기에 동아일보가 주도한 국민성금운동으로 중건됐다가, 1968∼69년 박 전 대통령에 의해 다시 대대적 성역화 사업이 이뤄졌다.

유 청장은 이번 사과와 상관없이 광화문 현판 교체는 계속 추진할 방침이다. 하지만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을 정조에 비유한 발언으로 ‘곡학아세(曲學阿世)’ ‘아부쟁이’라는 논란에 휩싸인 데 이어 ‘야당 의원의 비판에는 당당하고, 여당 의원의 비판에는 약하다’는 비판까지 더해져 정치적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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