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바다와 커피’…사랑도 커피도 서로 다른 것을 섞어

  • 입력 2004년 12월 17일 16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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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소재로한 소설을 펴낸 원재훈씨. 최근 한국의 해안선을 따라다니며 섬과 등대들을 취재하고 있는 그는 “작업이 끝난 뒤에 바닷가에서 마시는 커피 한잔이 큰 위로”라고 말했다. 사진 제공=늘푸른소나무
커피를 소재로한 소설을 펴낸 원재훈씨. 최근 한국의 해안선을 따라다니며 섬과 등대들을 취재하고 있는 그는 “작업이 끝난 뒤에 바닷가에서 마시는 커피 한잔이 큰 위로”라고 말했다. 사진 제공=늘푸른소나무
◇바다와 커피/원재훈 지음/271쪽·8500원·늘푸른소나무

커피나무에서 훑어낸 생두부터, 잘된 브랜딩에서 나오는 향까지 커피의 모든 것을 사랑의 여로 속에 녹여낸 흔치 않은 연애소설이다. 저자 원재훈 씨(43)는 소설 ‘은어와 함께 보낸 하루’, 시집 ‘낙타의 사랑’ 등을 펴냈으며 커피를 하루 열 잔 넘게 마시는 커피 마니아다. 소설가 이순원 씨는 “지난해 내내 경기 고양시 일산의 카페 ‘코델리’에 앉아 커피에 심취해 있는 원 씨를 보곤 했다”고 전했다.

이 소설은 커피와 교감을 하는 청년 ‘다빈’이 나눈 지순한 사랑을 서정적인 문체로 그리고 있다. 바닷가의 소년 다빈은 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친구에게 꽃다발을 가져다 주며 위로하다가 그를 조금씩 은둔에서 끌어낸다. 이때 꽃다발을 들고 동행하게 된 여자 친구가 ‘누리’다. 은둔에서 나온 아버지의 친구는 장성한 다빈에게 커피 철학과 커피 만드는 법들을 전수한다. 다빈은 누리가 중병으로 쓰러지자 단순한 기호음료가 아니라 절정의 정성을 다한 미약으로서 커피를 달여 주기 시작한다.

“나는 브랜딩의 예술을 통해 치료의 맛을 찾기로 했다. 비슷한 느낌의 빈(콩)은 브랜딩하지 말라. 사랑은 서로 다른 모든 것을 섞어 브랜딩하는 것이다.” “우리가 느낀 커피맛은 사실 향기에 의한 것이다. 나는 그녀의 첫 향기를 간직할 수 있다. 나의 몸이 작은 병이 되고, 그 병의 뚜껑을 닫은 것이다.”

모카 마타리, 케냐 마사이 AA, 에스프레소 등 갖가지 커피를 소재로 커피와 사랑에 대한 단상이 전개된다. 커피 한 잔에 글 한 줄 씩, “둥글고 흰 잔에 담긴 짙은 커피 빛깔을 보면 눈동자가 생각난다”는 문인의 담백한 서정이 담긴 소설이다.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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